주간동아 554

2006.09.26

뇌 속의 ‘시한폭탄’ 뇌동맥류

  • 김성현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www.snubh.org

    입력2006-09-21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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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속의 ‘시한폭탄’ 뇌동맥류
    자영업을 하는 40대 가장 박모 씨는 갑자기 생긴 심한 두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처음엔 단순한 두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참기 어려울 만큼 증상이 심해졌고, 두통약을 먹어도 전혀 좋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박 씨는 병원에서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혈관조영술(MRA)로 검사받은 결과 뇌동맥류가 발견됐다. 그래서 치료를 받고 이후 그는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흔히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뇌동맥류는 성인의 2~4%에서 발생하며, 1만명에 한 명꼴로 파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열되기 전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파열 후엔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심한 두통에 국한된다. 하지만 증상이 매우 중할 경우엔 환자가 의식을 잃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5000명가량의 뇌동맥류 파열 환자가 발생한다. 10% 내외의 환자는 파열 당시 사망하는데, 파열된 동맥류를 찾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한 달 안에 40% 내외의 환자가 재출혈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속의 ‘시한폭탄’ 뇌동맥류

    3차원 혈관조영술로 발견한 뇌동맥류. 큰 혈관이 갈라지는 부위에 뇌동맥류가 포도알처럼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뇌동맥류는 파열할 경우 급사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얼마 전에 작고한 개그맨 김형곤 씨나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사인도 뇌동맥류 파열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박 씨처럼 뇌동맥류가 경미하게 파열하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엔 재출혈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일단 재출혈이 생기면 치료 경과는 매우 좋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뇌동맥류를 진단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뇌혈관 조영술이 있긴 했지만 검사 자체가 어려워 박 씨처럼 두통만 있는 환자에게 권하기엔 부담이 컸다. 그러나 최근엔 CT나 MRI 장비를 이용한 3차원 혈관조영술(CTA, MRA)을 시행할 수 있어 간단하고 안전한 검사가 가능해졌다. 3차원 입체 영상을 얻을 수 있어 환자에게 거의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뇌동맥류를 95% 이상 발견할 수 있는 것.



    뇌 속의 ‘시한폭탄’ 뇌동맥류
    뇌동맥류의 치료에는 현미경을 보면서 특수 클립으로 뇌동맥류의 목 부분을 잡아 동맥류 내로 피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수술과 사타구니의 혈관을 통해 뇌동맥류까지 관을 집어넣은 뒤 부드러운 백금 코일을 뇌동맥류 속에 삽입하여 동맥류로의 혈류를 차단하는 동맥류 색전술이 있다. 동맥류 색전술은 수술에 비해 치료 기간이 훨씬 짧고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의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의 기본은 동맥류의 위치와 모양,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뇌동맥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머릿속 폭탄과 같으므로 파열 전에 찾아내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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