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2006.05.02

잠을 깨우는 ‘하지불안증후군’

  • 윤창호 인하대 의대 신경과 교수

    입력2006-04-26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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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을 깨우는 ‘하지불안증후군’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치명적인 ‘공공의 적’이라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고통이 아닐까 한다. 반복된 수면장애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로가 쌓여 직장생활뿐 아니라 가정생활에까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요인이다.

    수면장애 원인 중 매우 흔하면서도 등한시돼온 것이 하지불안증후군(RLS : Restless Legs Syndrome)이다. 이 질환은 다리의 불편감과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특징으로 한다. 다리의 불편감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 욱신거림,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 쿡쿡 쑤시는 느낌, 통증 등이다.

    이런 불편감과 더불어 또는 무관하게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데, 다리를 움직이면 신기하게도 불편한 감각이 일시적으로 없어진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일시적이다. 이 질환이 숙면의 적이 되는 이유는 증상이 저녁이나 밤 시간에, 특히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다리에 뭐라 표현하기 힘든 불편함을 느끼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리를 수시로 움직여야 한다면 숙면을 취하기가 불가능하다.

    최근 대한수면연구회(www.sleepnet. or.kr)가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5.4%인 약 250만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52.8%가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잠을 자더라도 자주 깨는 등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치료를 받는 비율은 16%에 불과해 질환에 대한 인식과 치료 노력이 크게 미흡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대다수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수년간 알 수 없는 증상과 만성 수면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음을 방증한다.



    모든 불면증 환자들은 하지불안증후군의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하며, 위와 유사한 증상이 있다면 수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된 환자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카페인 섭취, 음주, 흡연, 운동부족, 부적절한 약물복용 등)을 개선하고, 수면 전문의와의
    잠을 깨우는 ‘하지불안증후군’
    상담을 거친 뒤 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약물요법으로는 철분 부족 시 철분을 공급하거나 보건당국으로부터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리큅 등의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나 도파민 제제 등을 투여하는 방법이 있다.

    인간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자면서 보내지만 깨어 있는 시간에 비해 수면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지불안증후군은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기에 관심을 갖고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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