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2004.07.22

운동하다 ‘삐끗’ 무릎아 잘 있느냐

운동 열기 속 골절•십자인대 손상 급증 … 흔적 없는 ‘관절경 수술’ 탁월한 효과 입소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7-16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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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하다 ‘삐끗’ 무릎아 잘 있느냐

    무릎관절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은병원 관절클리닉 김한철 원장(오른쪽).

    수상스키를 즐기기 위해 여름휴가를 기다려온 박은지씨(24•여). 하지만 올 여름 박씨는 수상스키 타는 꿈을 접었다. 7월 초 수상스키를 타다 스키가 벗겨지는 바람에 무릎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것. 사고는 여느 때처럼 고속주행을 즐기던 박씨가 손잡이를 놓치는 순간 수면과의 마찰로 인해 스키가 벗겨지면서 일어났다. 박씨는 이 사고로 무릎 부위 경골 근위부가 함몰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평소 ‘빠르면 빠를수록, 강하면 강할수록 스릴이 넘친다’며 수상스키를 얕잡아본 게 화근이었다.

    ‘몸짱’ ‘웰빙’ 바람을 타고 각종 운동 붐이 뜨겁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운동 붐은 다양한 운동 관련 외상도 함께 불러왔다. 운동이 주는 쾌감에 대한 환상은 커져가는 반면, 운동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계의식은 거의 제로 수준이기 때문이다.

    쉬면 낫는다는 편견에 증상 악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조은병원은 운동하다 생기는 외상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다. 특히 조그만 관절경을 이용해 흉터가 전혀 생기지 않게 짧은 시간에 무릎을 수술하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여름휴가 중 무릎을 다쳐 이곳에서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을 받은 뒤 다시 운동을 즐기는 환자들도 있을 정도다. 조은병원 관절클리닉 김한철 원장(정형외과 전문의•박사)은 “운동을 하다 생기는 외상 중 가장 흔한 것이 무릎 주변 골절”이라며 “골절은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비교적 과격한 운동인 축구나 농구 등을 하다 주로 일어났으나, 요즘 들어서는 수상스키•인라인스케이트•할리스•테니스•스키 등 계절에 따라 운동 종목을 달리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원장 팀의 조사결과 30, 40대 남성의 운동 외상환자 중 무릎 주변의 골절과 함께 십자인대 손상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오랜 직장생활로 하체가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칭 등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하는 과도한 몸놀림이 외상을 불러오는 주범이다. 40대 후반 환자 가운데에는 저녁식사 후 여가시간에 배드민턴을 치다 발목 부분에서 뚝 소리가 나며 아킬레스건 일부가 파열된 사례도 있다. 골절 이외에도 탈구, 염좌, 근육 파열 등 급성이나 만성 외상 등 운동 외상의 발생빈도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운동하다 ‘삐끗’ 무릎아 잘 있느냐

    관절경을 이용해 무릎수술을 하고 있는 김한철 원장.

    왜 그럴까? 김원장은 환자가 병원, 특히 정형외과 방문을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잘라 말한다. 운동으로 인해 생긴 외상은 해당 운동을 당분간 하지 않으면 낫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데다 정형외과를 찾으면 살을 크게 째고 망치질을 할 것이라는, 즉 피를 봐야 한다는 공포가 바로 그 이유라는 주장이다. 운동을 하다 무릎이 부어오르고 욱신거려도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지 않는 게 이런 공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김원장은 이런 오해와 공포를 “구시대적인 사고”라고 못박는다.

    ‘관절경 수술’이라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수술법이 이미 개발됐고, 오래 전에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됐기 때문. 미국 피츠버그 대학 등 국내외 대학에서 관절질환과 관련한 연구와 강의로 명성을 쌓은 김원장은 최근 “십자인대 파열은 물론 반월상연골 파열, 연골연화증 등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 가운데 90%가 넘는 질환이 관절경 수술 하나만으로 모두 완치된다”고 밝혀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관절경 수술이란 직경 0.5cm의 원통형 관(관절경)이 우리 몸 각각의 관절(어깨 팔꿈치 손목 척추 엉덩이 무릎 발목) 안으로 들어가 TV 모니터로 질환 부위를 보면서 진단하고, 기계 내의 구멍(공간)으로 여러 기구들이 들어가 치료를 하는 수술 방법이다.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관절경이 들어가는 곳만 0.5cm 정도 절개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수술 흔적이 거의 남지 않는다. 관절경은 가느다란 관에 초소형 특수렌즈를 부착해 관절 속의 구조물을 밖에서 볼 수 있게 돼 있으며, 빛을 비추고 물로 관절 속을 씻어내는 장치도 함께 갖추고 있다.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비디오로 녹화하는 기능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퇴행성 관절염도 완치 가능”

    운동하다 ‘삐끗’ 무릎아 잘 있느냐

    조은병원의 탁 트인 환자대기실.

    관절경 수술은 질환을 진단하는 데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직접 무릎 안으로 들어가서 보고 눌러보고 당겨보고, 또한 관절이 움직이는 상태에서 구조물의 부딪힘 등을 관찰할 수 있어 관절 내의 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가장 정확한 검사라는 것. MRI(자기공명영상기)의 진단 정확도가 95%인 데 반해 관절경은 99%에 이른다. 관절경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절개 부위가 작고 수술시간이 짧기 때문에 수술 후 단시일 내에 정상활동이 가능하다는 점. 수술 후 남는 흉터가 작으며 후유증이나 합병증의 발현빈도가 낮은 점도 큰 특징 중 하나다. 이 모두가 관절경 수술에 쓰이는 초소형 수술기구의 발전 덕분에 가능해진 일들이다. 문제는 관절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관절경 수술에서 전문의의 숙련도와 경험이 강조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관절 전문의라 해도 관절경에 숙달되지 않으면 관절에 상처를 줄 가능성은 늘 있게 마련이다. 김원장은 관절치료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피츠버그 대학병원 스포츠센터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하면서 자가연골 세포 배양법, 관절내시경 수술 등을 익힌 관절 전문 권위자로 국내에 서너 명뿐인 AANA(북미관절경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관절경 수술기록 5000건(완치율 93% 이상)은 그의 실력과 경험을 증명해준다. 관절경 수술은 50살이 넘는 사람의 3분의 1이 고생한다는 퇴행성 관절염에도 효과적이다. 김원장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퇴행성 관절염을 나이가 들면 자연히 찾아오는 반려질병으로 인식하고 방치해 증상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약물의 장기복용은 위장장애와 합병증을 가져오고 특히 요즘 유행하는 스테로이드, 일명 ‘뼈주사’의 남발은 결국 관절연골을 더욱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퇴행성 관절염도 관절이 닳으면서 생겨나는 질환의 하나이고, 무릎이 붓거나 아파오면 바로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치료를 받는 게 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지름길이라는 것.

    운동하다 ‘삐끗’ 무릎아 잘 있느냐

    관절경 수술의 권위자인 김한철 원장.

    김원장은 “관절경 수술로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완치까지 가능하다”며 “뼈주사는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뿐 근본적인 치료 효과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은병원은 대학병원급의 최신형 MRI와 CT(컴퓨터단층촬영기), 관절내시경 등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는 척추관절 전문병원으로 병원 문을 연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강남의 유명인사들이 자주 찾고 있다. 조은병원 도은식 병원장은 “최근에는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 오는 환자가 많으며, 환자들이 원하면 미국과 일본 등의 대학병원과 직접 연결해 세계적인 대가들과 협력진찰 및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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