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8

2004.04.01

체질 따라 맞춤치료 “중풍, 꿇어!”

침·한약 다양한 처방으로 병 진행 막고 후유증 최소화 … 한 달 평균 환자 300여명 발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3-25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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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질 따라 맞춤치료 “중풍, 꿇어!”

    체질에 따른 약물과 침법으로 중풍을 치료하는 강남의림한방병원 배철환 원장.

    1996년 설립된 강남의림한방병원 중풍센터를 찾는 환자는 한 달 평균 300여명.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커 중풍환자가 늘어나는 계절에는 환자가 유난히 많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풍은 암과 함께 우리나라 성인사망률 수위를 다투는 질환이다. 건강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말을 못하고 반신불수가 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설사 회복이 되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는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탓에 30대의 젊은 사람들도 중풍에 걸리는 일이 있을 정도다. 이런 연유로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중풍을 모든 병 중 으뜸이라 해 다양한 연구와 치료법을 개발해왔다.

    한방에서 실시하는 중풍치료의 특징은 증상에 따라 각각 다른 약과 침법을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한약과 침으로 혈압조절이 잘 되면 혈압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에게 거의 동일한 진단을 내리고 동일한 약물을 사용하는 양방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강남의림한방병원 중풍센터에서는 이미 발병한 환자에 대해 체질침과 체질한약을 투여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막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을 쓰고 있다. 이 병원의 체질치료는 실제로 많은 중풍 환자들을 완쾌시켰다.

    실제로 많은 중풍 환자들 완쾌

    올해 초 김모씨(62·남)는 음주한 다음날 새벽 5시경 일어나 아침식사 도중 음식을 넘기지 못해 강남의림한방병원 중풍센터로 옮겨졌다. 좌반신이 마비되면서 급성뇌경색 증상을 보인 것.



    입원 당시 그는 가수면 상태에서 구토와 오심 증상(속이 불쾌해지면서 토할 듯한 기분을 느끼는 증상)을 보였으며 답답함 때문에 가슴 부위를 마구 두드렸다. 6일 정도의 치료 뒤 상태가 호전해 지병인 당뇨 관리를 위해 모 병원으로 옮겨졌던 김씨는 일주일 후 다시 강남의림한방병원에 재입원해야 했다. 김씨의 상황은 예전보다 더 심각했다. 폐렴에 걸린 데다 온몸에 욕창이 생겨 콧줄(L-tube)과 소변줄(Foley catheter)을 달고 있었으며 뇌의 3분의 1이 경색으로 손상된 상태로 모 병원에서는 ‘회복불능’과 ‘보행불능’ 진단을 내린 상황이었다. 강남의림한방병원 배철환 원장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뇌경색, 중풍,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 질환은 나이, 고혈압, 당뇨, 흡연, 과음, 고저혈증, 비만, 짜게 먹는 습관 등이 원인이 돼 발병합니다. 이 환자도 나이, 당뇨, 음주 및 생활 스트레스로 인해 중풍에 걸린 것이지요. 하지만 치료를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가수면 상태로 이름을 부르면 잠시 눈을 뜨는 정도였고, 입으로 계속 가래를 뽑아내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배원장은 우선 김씨의 체질감별부터 실시했다. 그 결과 김씨의 체질은 소양인으로 드러나 이후 부계염증방, 뇌경색방 등의 체질침 시술과 소양인 한약치료를 꾸준히 해나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씨의 상태는 차츰 나아지는 기미를 보였고 2개월 후에는 보행이 가능할 정도가 돼 퇴원했다. 현재 그는 매주 몇 차례씩 체질치료를 통한 중풍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체질치료란 병명이 같아도 체질에 따라 각각 다른 약물과 침법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고혈압의 경우 체질치료를 하면 혈압이 20~30 정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혈압강하제를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는 것. 또 체질에 따라 달라지는 침법을 체질침법이라고 하는데, 최근 젊은 한의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침법이기도 하다.

    체질 따라 맞춤치료 “중풍, 꿇어!”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에 있는 강남의림한방병원 건물. 중풍 치료에 쓰이는 약물은 체질에 따라 다르다. 한약재를 고르고 있는 배원장(위부터).

    몇 달 전 중풍센터에 입원한 양모씨(69·여)의 경우도 김씨처럼 체질치료를 통해 중풍을 완치시켰다. 병원으로 실려왔을 당시 양씨는 정신이 매우 혼미한 상태에서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또 왼쪽 반신은 완전히 마비됐으며 대소변도 받아내야 하는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MRI 촬영 결과 양씨의 질환은 심한 뇌출혈로 판정돼 체질한약과 침치료, 물리치료 등이 꾸준히 실시됐다. 그 결과 양씨는 혼자서 걸어다닐 수 있고 두통도 완전히 없어지는 등 상태가 매우 좋아져 이번 주말 퇴원할 예정이다. 김씨와 양씨가 회복한 것은 모두 환자의 체질에 맞는 정확한 치료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배원장은 “어느 질환보다 중풍치료에 체질치료가 꼭 필요하다”며 “중풍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지만 체질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중풍은 선천적으로 간 기능이 강한 태음인에게 가장 많고 소양인에게도 많이 발생하지만, 소음인에게는 드물게 발생하며 체질에 따라서 나타나는 임상양상도 조금씩 패턴이 다르다”는 게 배원장의 주장.

    우선 태음인의 경우 간에 찬 열(熱)이 중풍의 주원인인데, 뇌경색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에 운동요법과 물리요법을 병행하면서 청심연자탕(淸心蓮子湯·연자육, 산약, 천문동, 맥문동 등을 혼합)이라는 한약을 주로 처방한다. 또 소양인은 신장이 허(虛)하고 위에 열이 많아 중풍이 발생하는데, 특히 뇌출혈의 발생빈도가 다른 체질에 비해 높다. 때문에 철저한 혈압조절을 하되 성급한 운동요법은 피하는 게 좋다. 이 경우에는 안정을 충분히 취한 뒤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를 시작해야 재출혈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소양인에게는 독활지황탕(獨活地黃湯·숙지황, 산수유, 백봉령 등을 혼합)이라는 한약을 주로 쓴다.

    양방센터도 신설 … 재활치료 도와

    반면 소음인은 비장과 위장이 허한 게 중풍의 원인이다. 따라서 온몸의 기력을 북돋워주어야만 빨리 치료할 수 있다. 너무 심한 운동은 기운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안 되며, 그보다 가벼운 물리치료와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배원장은 “중풍환자는 뇌를 다친 것이니만큼 광의의 정신신경과 질환자로 보아야 하며 이 때문에 심리적, 정신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돌발적으로 발생한 병에 대해 환자에게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정신적 안정을 도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법이라는 것. 또 평생 지속될 수도 있는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심리적, 육체적으로 사회복귀와 적응을 돕는 치료와 훈련이 필수적이다. 이 병원 중풍센터가 양방 재활의학과를 센터부속으로 신설해 재활치료와 체질관리로 재발방지를 도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중풍은 돌연히 발생한다는 뜻에서 뇌졸중 혹은 졸중풍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배원장은 “중풍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체질을 잘 알고 그 체질에 맞춰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풍환자들을 세밀히 진단해보면 발병 전 증상이 감지되는데 발병 전조증이 있는 사람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를 해 자신의 방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 중풍이 일어난다”는 게 배원장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소양인이나 태음인이 더운 여름 계곡의 찬물에 머리를 감다가 중풍에 걸리기도 하고, 사우나에서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즐기다가 현기증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또 소음인은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고 과로를 한 상태에서 돼지고기를 먹고 중풍이 발생하는 일도 있다. 때문에 소양인에겐 인삼, 닭, 개고기 등이 해롭고 태음인에겐 생선회, 조개, 지나친 음주가 금해진다. 또 소음인은 돼지고기, 맥주 등 찬 음식을 멀리하고 육체적, 정신적 과로를 피해야 한다. 결국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섭생법을 잘 지키면 중풍도 제압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배원장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섭생의 흐름이 깨졌다면 체질에 맞는 보약으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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