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7

2004.01.08

참을 수 없는 뼈아픈 고통 굿바이

수백여 종류 관절질환 치료 명성 ‘입소문’ … ‘최소 침습적 수술’ 지향 환자들 큰 호응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1-02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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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뼈아픈 고통 굿바이

    무균처리시스템이 갖춰진 KS병원 수술실에서 우주복을 입고 수술하는 전문의들.

    수험생 아들을 둔 김모씨(45·여)는 잠들기 전 아들 도시락을 미리 싸둔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이 뻣뻣해져 도저히 도시락을 쌀 수가 없기 때문.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식사도 전날 마련해둔다. 오전 중 김씨가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당연히 힘을 줘서 해야 하는 일은 포기한 지 오래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김씨의 손가락은 낮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겨울은 퇴행성관절염과 류머티스성관절염 환자들에겐 고통의 계절이다. 특히 하루 일을 마치고 자리에 누우려면 갑자기 온몸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해져 일상생활하는 데 큰 불편을 겪는다. 치료과정 또한 더디기 그지없다. 의사와 함께 몇 년을 고생해도 완치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수술시 우주복 착용 감염 최소화

    이런 관절염 환자들 사이에 요즘 입소문이 자자한 클리닉이 있다. 서울 역삼동의 KS병원 관절센터가 바로 그곳. 지하 1층, 지상 6층, 50병상 규모의 KS병원(Knee & Spine Hospital)은 병원 이름처럼 무릎(Knee)과 척추(Spine)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다. 한때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동문들이 모여 개원했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병원 김석준 대표원장은 “수백 종류의 관절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한국 표준(Korea Standard)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같이 수학하며 의술을 공유해온 서울대 동문들과 함께 병원을 개원했다”고 말했다.

    참을 수 없는 뼈아픈 고통 굿바이

    관절염 치료에서 환자와의 상담은 특히 중요하다.오랜 시간 성의를 다해 상담하는 것으로 유명한 김석준 대표원장(왼쪽).

    KS병원에서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무균 공기정화시설(laminar flow system)이 설치돼 있는 수술실이다. 수술할 때는 우주복(T4, Stryker)을 입어 인공관절 및 척추 수술에 가장 문제가 되는 ‘수술 후 감염’을 원천 봉쇄한다. 수술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피부를 절개해야 하므로, 어떤 수술에도 감염의 위험은 늘 따른다. 특히 몸속에 금속 등 이물질이 들어가는 관절수술의 경우 감염은 매우 치명적인 기능 손상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인공관절수술의 감염률은 1∼2%. 하지만 환자 100명 중 한두 명이라 해도 감염이 발생할 경우 환자뿐 아니라 병원 및 사회에 미치는 손실은 매우 크다. 장기 입원해야 할 뿐 아니라 환자의 사망률이 2배나 증가한다. 일반 병원에서는 이를 ‘합병증’이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수술 후 감염인 경우가 많다. 김원장은 “감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무균 공기정화 수술 시스템 구축과 우주복 착용이며, 이러한 노력은 수술 전문 병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KS병원의 또 하나 특징은 ‘최소 침습적 수술’을 한다는 점. 수술 시간과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고통과 보호자의 희생이 커지는 까닭에 요즘 전문병원은 얼마나 작게 절개하느냐가 전문성을 인정받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척추질환의 경우 피부를 작게 절개하는 것이 크게 절개하는 것보다 치료 결과가 우수하고 환자가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소 침습적 수술은 피부를 1~2cm 정도 절개해 볼펜 심만한 두께의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이용, 척추수술을 하는 것. KS병원은 척추수술에 사용하는 최소 침습적 수술을 손가락관절수술, 허리수술 등의 국소 마취 수술에 널리 적용해 성공을 거뒀고, 특히 당일 퇴원이 가능해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참을 수 없는 뼈아픈 고통 굿바이

    김석준 대표원장과 박용범 원장(오른쪽).

    KS병원의 관절염 치료는 약물과 수술 치료를 효과적으로 병행한다. 관절염 환자는 수술 치료가 필수인 환자를 제외하고는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김원장은 “대부분의 정형외과는 절골술이나 내시경 수술, 인공관절 치환술 등의 수술 치료에는 강하지만 그에 따르는 내과 치료에는 약하다”며 “류머티스 내과에서의 수련 경험을 바탕으로 관절염 초기 환자에게는 최적의 약물 치료, 중기 이후의 환자에게는 상황에 맞춰 적절한 수술을 병행하는 것이 KS병원 관절염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김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류머티스 내과에서 다시 수련의 과정을 마쳤다. 정형외과 전문의 중에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김원장은 “원자력병원에서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류머티스성관절염 치료를 하면서 단순한 기술적 시술이 아닌 류머티스란 질병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김원장이 관절염 관련 의학계에서 명성을 떨친 계기는 ‘디스프로슘’과 ‘홀뮴’이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류머티스성관절염 치료 방법을 국내 최초로 시술한 뒤부터. 류머티스성관절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관절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증상은 ‘활액막 비후’. 이는 활액막이라 불리는 관절이 자주 부어오르는 현상으로, 기존에는 ‘비후한 활액막’을 없애기 위해 수술만이 적용됐다. 그런데 김원장이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해 수술이나 입원할 필요 없이 주사 한 번 맞는 것으로 이를 치료한 것. 이 치료법은 비용도 적게 들고 부작용도 없으며 회복기간도 매우 빨라 이 병원에서 많이 쓰는 방법이다.

    김원장과 함께 관절센터를 책임지는 박용범 원장 역시 서울대 의대 출신. 국립암센터 연구소 생물학부 외국 초청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귀국 후 일본국립암센터 부속병원 특수 암센터와 연구소에서 골암연구과장으로 재직한 베테랑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관절 대체수술을 시술한 것은 물론, 관절염 관련 유전자를 연구했다. 또 박원장은 뼈나 연부조직(근육, 신경, 인대 등)에 종양이 생기는 환자들의 사지를 절단하지 않고 수술하는 사지구제술 분야의 권위자다.

    참을 수 없는 뼈아픈 고통 굿바이

    KS병원의 전경.

    박원장은 “관절질환 뒤엔 척추질환이, 척추질환 뒤엔 관절질환이 따르듯 관절·척추 질환은 따로 떼어서 생각하거나 치료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 두 가지 질병을 중심으로 한 정형외과 전문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KS병원의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척추센터에는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출신의 남기세 원장과 송금영 원장이 포진해 있다. 남원장은 4000여건의 척추수술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며 정형외과 의사로는 특이하게도 신경외과 의사들뿐이었던 척추전문병원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사이의 척추수술 기법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장점을 취했다. 척추수술의 외연을 넓힌 것이다. 송원장은 수지(손가락)접합 수술의 대가로 1000여건의 수지접합 수술 경험을 최소 침습적인 척추수술에 응용해 주목을 받았다.

    환자 최우선주의는 KS병원의 또 다른 자랑이다. 김석준 대표원장은 “최소 침습적 수술과 수술 후 감염을 없애 입원기간을 단축하여 의료의 질로 승부하겠다”고 말하며 “환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병원뿐 아니라 동료 의료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병원, 그리고 병원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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