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0

2003.04.17

아이들 눈높이 처방으로 藥 두려움증 말끔

쓴맛 없고 소화흡수 능력 뛰어난 ‘증류한약’ 개발 … 소아·산모 비만 치료에도 노하우 각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04-10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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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눈높이 처방으로 藥 두려움증 말끔

    아파도 표현을 못하는 영아의 치료는 성인보다 몇 배는 어렵다. 도원아이 한의원이 개발한 증류한약(작은사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네거리에 위치한 도원아이 한의원. 아이들의 천국(도원·桃源)이라는 한의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소아 전문 한의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터가 눈앞에 펼쳐지고, 한의원의 캐릭터인 곰 ‘동동이’가 활짝 웃으며 아이들을 맞이한다.

    이 한의원 채기원 원장은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엔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질병의 발견과 치료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 한의원이 소아 전문 한의원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도 진료의 눈높이를 아이들의 수준에 맞춘 덕분이다.

    한의학연구원 통해 효능 확인

    대표적 사례가 쓴맛이 전혀 없으면서도 소화흡수 능력은 기존의 탕약보다 좋은 증류한약의 개발. 증류한약은 약재를 달여 거기서 나오는 이슬을 모아 만든(노법·露法) 무색 무미의 맑은 한약으로 보기만 해도 쓴맛이 느껴지는 진갈색의 탕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어른 열 사람보다 어린이 한 명을 치료하기가 어렵다는 옛말을 실감하고 어린이 한방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대안을 찾고 있었습니다.” 쓴 탕약 때문에 한의원 자체를 기피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한방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던 진료진은 중국의 전통 의서 ‘본초강목습유’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약의 효능은 유지하면서 쓴맛은 제거하는 노법, 즉 증류법에 대한 기록을 발견한 것. 그러나 문헌상에는 그 제작 방법에 대해선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다. 중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증류한약을 썼다는 소문만 확인됐을 뿐 그 실체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수많은 연구와 실패를 거듭하며 증류한약의 해법을 찾아 헤맨 지 1년여 만에 진료진은 1998년 제대로 된 증류한약 제조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개발한 특수 한약증류법은 명맥이 끊어졌던 중국의 증류한약을 새로운 차원에서 복원해냈다.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한 성과였다.



    아이들 눈높이 처방으로 藥 두려움증 말끔

    도원아이 한의원에는 임산부 전문 프로그램도 있다.

    도원아이 한의원 진료진은 이 증류한약이 무색 무미의 물 같은 한약이면서도 기존의 한방약제보다 소화흡수가 빠르고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약을 복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소화기 장애를 포함한 약 고유의 부작용도 증류과정에서 모두 제거됐다는 것. 3시간 이상 달이는 1차 제약과정에서 한약재에 묻은 농약성분이 모두 날아가고, 2차 제약과정인 증류과정을 거치면서 방부제는 물론 중금속 등 기타 유해성분까지 모두 제거돼 순수한 무공해 한약액으로 환골탈태한다는 얘기다. 채기원 원장은 “많은 약들이 우리 몸 속에 오래 남아 내성을 일으켜 약의 효능을 무력화하지만 증류한약은 소화흡수와 배설이 잘 돼 어지러움이나 울렁거림 등 한약 복용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의학계의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구원)은 도원아이 한의원이 개발한 증류한약에 대한 유효성 성분검사와 농약 및 중금속 잔류검사, 임상분석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모두 확인했다. 더욱이 도원아이 한의원은 이 연구원에 국내 최초로 증류한약 공식지정 검사기관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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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원아이 한의원 채기원 원장

    한의학연구원은 “종래의 투명한 탕제는 약효성분이 없거나 대부분 증기로 날아가 매우 약했다”며 “도원아이 한의원이 개발한 증류한약은 약효성분을 보유하면서 유해한 성분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투명한 탕제의 마시기 쉽고 흡수가 좋은 효과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연구원의 검사 결과 도원아이 한의원에서 독자 개발한 ‘Di-BP 099 증류한약’은 세포비대, 과잉축적, 과다증식과 관련 있는 전지방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억제하는 작용이 뛰어나 비만에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기도 했다. 이 한의원이 소아비만 클리닉과 산모·부인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채원장은 “증류한약이 탄생하면서 소아가 한약을 복용하면 비만아가 된다든지 임산부가 한약을 복용하면 기형아를 출산한다든지 하는 속설을 완전히 뒤집었을 뿐 아니라 한약을 먹으면 그 부작용으로 간과 콩팥이 손상될 수 있다는 걱정도 말끔히 사라졌다”며 “증류과정을 거치면서 그 맛과 성질 또한 순하게 변해 우리 몸을 부드럽게 치유해준다”고 설명했다.

    무독성·순수성분 … 임산부 특히 효과

    98년 2월 뚜렷한 이유 없이 잠을 못 자고, 성장이 부진한 한 아이(기체증 환자)에게 증류한약이 처음 처방된 이후 단순처방에서 복합처방으로, 새로운 처방들이 가미되면서 성장, 비만, 아토피, 기체증, 비염 등 각종 소아질환 전문 클리닉으로 도약하는 원천이 됐다. 이어 임산부 전문 치료 프로그램도 개발됐다. 소아를 위한 한약이 결국 성인으로까지 그 치료의 대상과 질환의 범위가 확대된 셈이다.

    소아질환 클리닉도 소아성장 클리닉, 소아비만 클리닉, 아토피, 태열 클리닉 등 증상과 질병의 성격에 따라 세분화돼 있다. 환경오염과 관련해서 증가하고 있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영아습진, 땀띠, 건선, 백반증, 지루성 피부염 등 사춘기 이전의 피부질환에는 태열 전문 프로그램을, 콧물 코막힘 재채기 코가려움증 등 20세 미만의 만성적 비염 증상에는 비염 전문 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아이들 눈높이 처방으로 藥 두려움증 말끔

    증류한약 탕제실

    만 10세 이하의 소아가 뚜렷한 이유 없이 식욕이 떨어지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성장이 부진하다면 기체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체증은 한의학적으로 기의 흐름이 신체의 어느 한 곳에서 막혀 생기는 질환으로, 성장이 부진한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인 잦은 감기와 성장통, 이유 없이 복통과 두통이 잦은 증상들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의 일부도 기체증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도원아이 한의원의 증류한약은 무독성, 순수성분으로 임산부의 건강에 특히 좋다. 이 클리닉에 임신 준비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 특히 이 한의원의 산후조리 프로그램은 서양인에게 맞춰진 현재 산후 프로그램 대신 우리에게 맞는 전통적 산후조리 방식을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도원아이 한의원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같은 이름으로 증류한약과 처방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한의원(분원)이 전국 10곳에 생겼고, 이들 모두 대규모 증류탕약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분원 원장의 대부분이 압구정 분원의 부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스템을 배운 한의사들이다.

    도원아이 한의원은 올 하반기까지 네트워크를 약 50개로 확장할 예정이며 전문 종합한방병원 설립과 함께 전국 체인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채원장은 “특정 질병, 질환, 증상 등에 대한 세분화된 처방과 다양한 임상실험을 기반으로 해 증류한약을 난치병 치료와 희귀 질환 퇴치에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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