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9

2003.01.23

사망률 0% ‘복강경 대장절제’ 신화

개복 없이 내시경 통한 고난도 수술 … 합병증·통증 적고 회복시간 빨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3-01-15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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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률 0% ‘복강경 대장절제’ 신화

    대장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한솔병원 대장암 복강경센터 김선한 박사(위). 복강경 수술의 원리를 설명하는 일러스트.

    2002년 3월13일 미국 뉴욕의 세계 내시경 학술대회장. 이곳에 참석한 전 세계 외과 의사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한국의 한솔병원 김선한 박사(외과 전문의) 팀에게 집중됐다. 김소장 팀이 이날 발표한 논문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논문의 핵심은 “1997년 10월부터 2002년 1월까지 한솔병원에서 복강경 대장절제수술을 받은 1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사망률이 0%를 기록했다”는 것. 그때까지 복강경 대장절제술이 합병증이 적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으나 수술 사망률은 기존의 개복 수술과 비슷한 1.5~3%이거나 약간 감소된 수치였다. 대장 전체 혹은 일부를 잘라내고 이어주는 어려운 수술임에도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였다.

    인터넷 생중계로 수술 시연도

    그로부터 두 달 후인 5월 한솔병원 대장암 복강경 수술센터. 이 센터 김선한 소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의사들을 대상으로 복강경 직장암 수술을 공개 시연했다. 김소장의 수술 장면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웹 캐스팅 서저리)됐다. 직접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김소장의 복강경 수술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 의사들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수술 시연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의료계의 소식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취약한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한솔병원 대장암 복강경 수술센터는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 클리닉이다. 2차 병원급에서 복강경 수술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물론 이 병원뿐.

    한솔병원 복강경 수술센터는 다른 곳에서는 몇 주일에 한 번 하기도 힘든 대장암 복강경 수술을 일주일에도 3~4회씩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이 분야의 세계적인 의사들도 놀랄 정도. 게다가 아직도 사망률 0%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장암이 과거 20년 기준으로 전체 암 질환 중 증가율 1위, 남녀 각각 사망률 4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발생빈도가 높다. 그런 만큼 한솔병원이 의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김소장의 대장암 복강경 수술은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독보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병원에서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법은 도대체 어떤 수술법일까. 복강경 수술은 배를 가르지 않고 배꼽 부위에 1cm 정도의 구멍을 뚫어 배 안을 들여다보는 복강경(내시경)과 특수 수술장비를 삽입해 주변 장기를 건드리지 않고 암이 발생한 부위를 잘라내고 이어주는 수술. 배 안에서 잘라내는 대장의 길이와 림프선의 범위는 동일하지만 배를 크게 절개해서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며 수술하는 개복 수술과 달리 배에 넣은 복강경을 통해 화면을 보며 복강경용 수술장비를 사용해 수술을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의사가 직접 손으로 만지지 않는 만큼 최고 난이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복강경 수술은 고도의 숙련된 의사가 아니면 오히려 화를 부를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제대로만 하면 개복 수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료효과가 탁월하다. 우선 수술 후 발생하는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절개 부위가 작으므로 상처가 곪는 창상이 거의 없고, 절개 부위에 장이 유착되어 생기는 장폐색증의 우려도 없다. 게다가 수술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나 기간도 훨씬 줄어 수술 후 마약 성분의 진통제를 절반 정도만 맞으면 된다.

    사망률 0% ‘복강경 대장절제’ 신화

    대장암 복강경 수술 장면.대장항문 전문 병원인 한솔병원의 내부 모습(위부터).

    무엇보다 큰 장점은 호흡기능이나 장운동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시간을 훨씬 앞당길 수 있어 고령 환자들이 대부분인 대장암 환자의 수술 후 호흡기 혹은 장마비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입원기간이 단축되어 짧은 시간 안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젊은 사람의 경우 그 기간은 더욱 짧아진다. 이 때문에 수술 후 항암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겐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환자의 체력이나 면역기능을 유지시키는 면에서도 개복 수술보다 탁월하다. 결국 멀리 보면 암의 재발률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

    실제로 영국의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Lancet’ 2002년 6월호의 발표에 따르면 복강경 대장암 수술 환자가 개복 수술 환자에 비해 암 재발률 및 암 사망률이 3분의 1 정도로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대장암 치료에 있어 복강경 절제수술이 점차 표준 수술로 인식되는 추세다.

    김소장은 “배를 갈라서 대장의 대부분을 절제하는 수술은 합병증 발병률이 4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복강경 수술의 경우 개복 수술에 비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 교수들 연수 신청 쇄도

    사망률 0% ‘복강경 대장절제’ 신화

    한솔병원 김선한 소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한솔병원의 명성을 듣고 찾아와 연수를 받고 돌아가는 외국의 교수도 있다. 카이로 대학과 더불어 이집트의 2대 명문으로 꼽히는 에인 샴스 대학(Ain Shams University) 일반외과 교수인 아하메드 함디 알리 무사(35)가 지난해 초 3개월간 한솔병원에서 복강경 수술 연수를 받고 돌아간 것을 비롯, 많은 외국 전문의들이 이 병원 대장암 복강경센터 연수를 희망하고 있다. 사실 복강경 수술 중에서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장암 수술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 시연을 한다는 것은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김소장은 고려대 의대 교수 재직 시절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연수하면서 대장암 복강경 수술에 관한 연구로 최우수 외과 연구원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대장·직장암뿐 아니라 직장탈항과 같은 대장질환에 대한 복강경 수술에 있어서도 국내 선두주자다. 센터에서는 실제 2001년 1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총 238건의 대장암 수술(직장암 147명, 대장암 91명)을 비롯, 장중첩증 15건, 직장탈항 8건, 대장 양성종양 7건, 하트만식 장루복원 3건, 가족성 혹은 다발성 용종증 5건, 대장게실증 5건, 궤양성 대장염 2건 등 거의 모든 대장, 직장 질환과 관련한 수술을 실시했다. 이는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실적. 특히 하트만식 장루복원 및 장중첩증에 대한 복강경 수술이나 복강경을 이용한 전대장-직장절제술 및 회장낭-항문 문합술을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 시술한 것 등은 국내 최초의 성과였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복강경 장수술에 관해 발표한 논문만도 해외 학술논문 10여편을 포함해 50여편에 달한다.

    하지만 한솔병원에 대장암 복강경센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복강경센터 외에도 치질 클리닉, 변비 클리닉, 탈장 클리닉, 급성맹장 클리닉, 궤양성 대장염 클리닉 등이 갖춰져 있다. 이 병원이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불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이동근 외과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대장항문질환이라는 한 분야에만 진료와 연구를 집중하여 국내 최초로 레이저수술, 자동봉합 치핵 절제술 등 새로운 치료법을 지속적으로 도입, 대학병원보다 앞선 치료술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치핵과 치루, 치열 등 항문질환과 직장암, 대장암 수술을 합해 연간 수술 횟수도 4000건에 달한다. 이는 웬만한 대학병원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술 횟수.

    한솔병원 이동근 병원장은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이나 클리블랜드 클리닉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할 수 있는 세계 유수의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이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곧 대장항문병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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