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5

2002.12.26

“백내장 없애니 세상이 깨끗하네”

초음파 이용 출혈 없는 ‘3무3소’ 수술 … 1시간 후부터 일상생활, 시력교정 효과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2-18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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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내장 없애니 세상이 깨끗하네”

    백내장 수술 장면. 초음파 유화술과 연성 인공수정체의 도입으로 수술 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됐다.

    ”이게 웬일이야, 안경을 벗어도 세상이 다 보이네!”

    12월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세란안과. 지독한 근시 때문에 한평생 안경을 끼고 산 김이경씨(60·여)는 눈병을 치료하러 왔다가 잃어버린 시력까지 되찾았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찾아온 백내장이 오히려 그의 시력을 회복시킨 계기가 된 셈. 뿌옇게 흐려 보이던 세상이 선명해진 것은 물론, 시력이 1.0까지 회복됐다. 수술 시간도 단 15분인 데다 수술 1시간 후부터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데 대해 김씨는 마냥 신기해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뿌옇게 흐려져(수정체 혼탁) 보고자 하는 물체의 상(빛)이 수정체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초점이 정확히 맞춰지지 않아 시력장애를 초래하는 질환. 사진기로 말하면 렌즈가 더러워져 사진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계적으로 매년 1300만명 정도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세계보건기구)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만 하면 언제든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안과 질환. 노안이 있던 사람이 갑자기 시력이 좋아졌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는 수정체가 딱딱해지면서 시력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현상으로, 오히려 백내장의 전조증상이 될 수도 있다.

    수정체 뿌옇게 흐려져 시력장애

    “백내장 없애니 세상이 깨끗하네”

    160평에 달하는 세란안과 백내장 센터의 환자 대기실. 커피 전문점에 버금가는 휴게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내장 수술은 그리 간단한 수술이 아니었다. 수술시 눈을 약 10mm나 절개해 수정체 자체를 그대로 제거한 까닭에 수술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술 후 염증이 생길 위험도 그만큼 컸다. 게다가 3~7일은 병원에 입원해 꼼짝없이 항생제를 투여받아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수술 후 시력교정 효과도 전혀 없었다. 시야가 흐리게 보이는 증상만 없어질 뿐 난시나 근시, 원시는 전혀 교정되지 않았다. 혼탁한 수정체만 인공수정체로 갈아끼웠기 때문이다.



    김씨가 다른 안과 클리닉을 제쳐두고 세란안과(www.seraneye.co.kr)를 찾은 이유는 초음파를 이용한 이곳의 독특한 수술법 때문이다. 소위 ‘3무(無)3소(小)’ 수술. 이는 수술 과정에서 눈의 통증과 출혈, 봉합이 전혀 없다는 점(3無)과 절개 부위가 작고, 치료기간이 짧으며, 치료약물을 적게 쓰는 것(3小)에서 연유한 이름.

    3무3소 수술의 가장 큰 특징은 수술과정에서 전혀 피가 나지 않는다는 점. 따라서 수술 후 각종 염증으로 인한 합병증이 거의 없다. 또한 눈의 절개 부분이 3mm밖에 안 되기 때문에 봉합수술이 따로 필요 없다. 3mm의 절개 부위를 통해 렌즈(수정체) 앞 껍질을 동그랗게 오려낸 후 1초에 약 4만 번 움직이는 초음파를 이용, 단단한 백내장 덩어리(혼탁물질)를 잘게 부숴 눈 밖으로 빼낸 후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수술은 그것으로 끝. 이 수술 방법은 ‘초음파 유화 흡입술’로 불린다.

    세란안과 임승정 원장(안과 전문의·의학박사)은 “기존의 수술법은 윗눈꺼풀 안쪽 공막(흰자위) 부위를 10mm 절개해, 꿰맨 부위에서 난시가 발생할 우려가 50%에 이른다”며 “초음파 수술법은 공막과 달리 혈관이 분포하지 않는 각막을 최소한 작게 절개함으로써 출혈도 막고, 후유증인 난시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초음파 수술법을 이용하면 난시의 원인이 되는 각막의 굴절 오차 부위를 째고 수술을 함으로써 오히려 수술 전 난시를 가진 사람의 시력을 정상으로 교정할 수 있다”는 게 임원장의 주장이다.

    여기에 안경 도수를 맞추듯 환자의 상태에 맞는(원시나 근시) 인공수정체를 끼우면 백내장도 제거하면서 시력도 교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임원장의 수술법이 ‘굴절 백내장 수술’로 불리는 이유도 각막의 굴절 오차로 인해 발생하는 난시를 백내장 제거 수술과 함께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사실 절개 부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절개 위치도 공막에서 각막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도 수정체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끼워넣는 인공수정체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1995년 연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임원장이 국내 최초로 연성 인공수정체(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인공체)를 수입하기 전까지는 인공체가 딱딱해 그만큼 절개 부위가 넓을 수밖에 없었던 것. 연성 인공수정체는 주사기에 넣어 접어서 삽입하면 각막 안쪽에서 자동적으로 펴지기 때문에 절개 부위가 작아도 상관없다. 연성 인공수정체의 도입으로 인한 절개 부위 최소화와 봉합 과정 생략 덕분에 수술 시간도 15분을 넘지 않는다. 97년 임원장이 최초로 시도한 연성 인공수정체 주사기 삽입술은 국내 백내장 수술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이와 관련, 임원장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인공수정체를 개발해 국내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이는 지금껏 인공체의 크기가 너무 커 백내장 수술에 어려움을 겪었던 선천성 백내장 어린이에게는 한 줄기 빛이 되는 개가였다.

    “백내장 없애니 세상이 깨끗하네”

    백내장 수술 과정.<br> ① 각막 부위 절개와 점탐 물질 주입, ② 수정체의 혼탁물질 제거, ③ 인공수정체 삽입.

    외부 감염 막아주는 ‘에어 샤워실’

    3무3소 수술법의 또 다른 특징은 수술에 따른 통증이 전혀 없다는 점. 임원장은 96년 한두 방울의 점안 마취약만으로 수술 과정의 통증을 완전히 제거하는 무통마취법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그 이전에는 눈에 직접 마취약을 주사했기 때문에 환자에게는 마취 자체가 공포의 대상이었다.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임원장은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난치성 백내장의 새로운 수술법(1997)’ 등 각종 논문으로 미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ASCRS)에서 3회나 상을 받았으며, 2000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제18차 유럽백내장굴절수술학회(ESCRS)에서 ‘탈구된 백내장의 새로운 수술 방법’이라는 논문으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안과학회의 초청으로 ‘백내장 시범수술’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임원장의 끊임없는 연구성과 때문.

    한편 세란안과에는 다른 안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에어 샤워실’이라는 시설이 있다. 수술중 감염을 막기 위해 수술에 들어가는 환자나 의사, 모두 이곳에 들어가 살균을 하도록 한 것. 사실 에어 샤워실은 웬만한 대학병원에서도 잘 찾아볼 수 없는 감염 방지 시설. 또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의 안구 부분이 VTR로 생중계가 돼 환자나 보호자들이 수술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더욱이 환자 편의시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백내장 전문센터인 2층 면적만 300평에 환자 대기시설만 160평. 3층 라식센터에는 커피 전문점에 버금가는 휴게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어 환자들은 대기 시간에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2000년 개업한 세란안과가 분당 신도시에 분점을 낼 만큼 성장한 것도 이런 환자 제일주의 원칙 때문이다. 지난 8월부터는 시력이 안 좋은데도 형편상 시력교정 수술을 하지 못하는 우편 집배원과 경찰관 등 8명에게 무료 라식수술을 해주기도 했다.

    임원장은 “현재의 백내장 수술은 인공수정체의 발전에 따라 보다 완벽한 시력교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노안을 100% 완치할 수 있는 수술법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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