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8

2001.08.23

봉산탈춤 속의 성행위 알고 보면 ‘풍요의 상징’

  • < 이선규/ 유로탑 피부비뇨기과 원장 > www.urotop.com

    입력2005-01-19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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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산탈춤 속의 성행위 알고 보면 ‘풍요의 상징’
    인간에게 있어 성이란 참으로 복잡다단한 문제다. 프로이드는 억압된 성의식으로 비틀리고 왜곡된 인간 심리를 얘기했고 푸코는 ‘성의 역사’를 통해 오랫동안 은폐되고 왜곡된 성을 대담하게 논한 바 있다. 굳이 이러한 접근이 아니더라도 성은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탈춤 가운데 하나인 봉산탈춤을 보면 미얄 춤 과장이 나오는데 오랫동안 헤어졌던 영감과 미얄이 만나자마자 아주 음란한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헤어졌다가 만나서 성행위를 했다고 보기엔 좀 민망스러운 장면이지만 어쨌든 영감과 미얄의 요란한 성행위는 순조롭지 못하다. 결국 미얄은 쫓겨나고 영감은 젊고 아름다운 첩 덜머리집을 얻게 된다. 여기서 성행위는 생산(풍요)을 상징한다. 탈춤의 기원을 굿에서 찾는 학자들은 탈춤에서의 영감은 남신이고 미얄은 여신, 덜머리집 역시 여신인데, 영감이 미얄을 버리고 덜머리집을 선택하는 것은 풍요를 기원하는 입장에서 늙고 추한 여신은 물러나고 젊고 생산이 가능한 여신이 남성과 성행위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농경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권에서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단순히 외설, 음탕함 등의 윤리적 잣대로 치부하기엔 정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농경 중심의 사회에서 남녀가 만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생산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해석은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화사회로 치닫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성행위와는 다른 개념을 갖는다.

    성은 은폐의 담론도 아니고 더 이상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인간의 성에는 종족보존이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 외에도 인생을 더욱 풍성하고 윤택하게 하는, 한 차원 승화한 개념을 포함한다. 인간의 성은 누구에게나 즐길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기본 윤리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연예인 비디오 사건, 러브호텔 문제 등은 성에 대한 우리의 의식 수준과 부정적 요소를 그대로 응축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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