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7

2021.07.09

‘이미 세계적 명소’ 제주에서 얻은 것들 [SynchroniCITY]

재충전하지 않으면 번아웃으로 이어져요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1-07-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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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감성 숙박업소나 음식점, 카페 등이 늘어났다. [GETTYIMAGES]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감성 숙박업소나 음식점, 카페 등이 늘어났다. [GETTYIMAGES]

    영대 아니, 제주에는 언제 또 가셨대요?

    현모
    ㅎㅎ 영대 님이 주말 약속을 취소하길래 그날 새벽에 비행기 티켓 사서 내려왔어요. 마침 며칠 일정이 비어서요.

    영대 다음에 보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자마자 제주행을 예약하셨다! 빵 터짐. ㅎㅎㅎ 근데 지난번엔 양양, 이번엔 제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거 아니에요? 저는 책 내고 계속 ‘방콕’인데 이거 밸런스가 안 맞잖아요. ㅎㅎ

    현모 ㅋㅋ 제가 워낙 기동력이 좋아요. 코로나19 사태만 아니었으면 국경 넘어 이리 번쩍, 저리 번쩍했을걸요.

    영대 원래 제가 박사학위가 끝나면 꼭 가족들 데리고 유럽을 다녀오겠노라 약속했거든요. 근데 아직 코로나19다, 뭐다 해서 엄두가 안 나네요.



    현모 혹시 마지막으로 비행기 타신 게 언제예요?

    영대 현모 님이 비행기 태워줬을 때요. ㅋㅋㅋ

    현모 -.- 저는 이번이 2019년 12월 이후로 처음 비행기를 탄 거더라고요. 보니까 승무원들 모두 고글 같은 안경을 쓰고 있길래 저도 무서워서 두 눈 꼭 감고 왔어요.

    영대
    저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미국에서 귀국했는데, 고글 같은 안경을 쓴 모습은 못 본 거 같아요. 그 대신 좌석을 거리두기로 예약을 받아 두 자리 건너 1명씩 앉아서 왔어요.

    현모 혹시 제주 방문은 언제가 마지막이었어요?

    영대 딱 20년 된 거 같아요. 2001년쯤? 와, 말해놓고도 믿기지 않네요. 하긴 지난 10여 년간은 미국에만 있었으니 더 그랬겠지만.

    현모 와! 완전 옛날이잖아요. 제가 제주에 난생처음 발을 디뎠던 게 딱 2000년이었는데! 고등학생 때 학교 수학여행으로 갔었거든요.

    영대 진짜 많이 바뀌었겠다! 이제 제주는 거의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잖아요. 미국에서 만난 친구 한 명은 자기는 하와이보다 제주가 훨씬 좋다고 하더라고요.

    현모 세상에 ‘거의’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웬일입니까. 이미 그렇게 된 지 오래인걸요. 오늘 서귀포 보말칼국수집에 다녀왔는데, 거기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의 방문 인증샷이 액자에 걸려 있더라고요!

    영대 그 프랑스 소설가! 서울이랑 제주 배경으로 작품도 쓰지 않았어요?

    현모 그러니까요. 한국 사랑으로 유명하던데, 책도 읽어보려고요.

    영대 ‘이미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제주는 그래서 어때요?

    현모 아주 좋아요! 한 2년 만에 왔는데, 그때는 출장으로 왔던 터라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요.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 더 좋아진 거 같아요.

    영대 들어봤자 부럽기만 하겠지만, 그사이 특별히 더 좋아진 부분이 있어요?

    현모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감성 숙박업소나 음식점, 카페 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거 같아요. 실제로 장사하는 지인들도 요새 조금 좋아졌다 하고요.

    영대 혼자 가신 거예요? 아니면, 라이머 님과 함께?

    현모 저는 평일에 먼저 내려왔고, 남편은 토요일에 합류했어요. 지금 와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거 같은 게, 이런 식으로 제가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남편이랑은 평생 같이 여름휴가를 못 보내거든요. 워낙 일중독이라서요.

    영대 제가 봐서 잘 알죠.

    현모 영대 님도 좀 그런 편 아니에요? 언제나 다음을 구상하느라 마음을 놓지 못하는?

    영대 맞아요. 다행히 일중독까지는 아닌데, 나 자신에게 휴식을 주거나 선물을 하는 데 굉장히 인색한 편이긴 해요. 좀 피곤한 스타일. 근데 라이머 님은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반대인 거 같네요. 왠지 현모 님이 일중독일 거 같은데.

    현모 맞아요. 얼핏 보면 라이머가 래퍼 출신이라 잘 놀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오히려 자리를 못 비워요. 신혼여행 가서도 휴대전화로 업무를 놓지 못하길래, 제가 오죽하면 농담으로 다음 여행은 은퇴하고 오자고 했다니까요.

    영대 본인만 좋고 편하다면 무슨 상관이겠나 싶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어요. 휴가라는 건 일과 일상을 완전히 잊고 그저 쉬고 노는 데 몰두할 때만 의미가 있는 건데. 아무래도 현모 님이 이곳저곳 억지로라도 끌고 다녀야겠네요. ㅎㅎ

    현모 연애할 때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자기를 좀 많이 데리고 다녀달라고. 실제로 꼭 여행이 아니어도 평소 남편이 일에 과하게 몰입할 때면 제가 주의 환기를 잘 시켜주는 편이에요. 삶의 우선순위라든가,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죠.

    영대 현모 님은 뭘 얻고자 여행을 가세요? 일하기 위한 쉼이나 재충전? 아니면 뭔가를 배운다든지, 일이나 삶에 관해 영감을 얻는다든지?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을 못 가자
전시장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GETTYIMAGES]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을 못 가자 전시장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GETTYIMAGES]

    현모 음, 저는 잠깐 쉬면 확실히 재충전되는 거 같아요. 힘줄 곳은 힘을 줬다, 빼야 할 타이밍에는 빼는 완급 조절 기능을 하는 거죠. 사실 이번 주말에 강연 섭외가 들어왔는데, 고심 끝에 고사했어요. 야자수 아래서 책을 읽다 보니 참 옳은 결정이었다 싶더라고요. 에너지를 자꾸 소모만 하고 충전을 안 하면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지니까요.

    영대 저는 쉼도 쉼이지만, 영감이라는 부분이 정말 큰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를 통해 가장 큰 영감을 받는데 하나는 낯선 곳으로 여행이고, 또 하나는 위대한 미술작품을 보는 거예요. 음악은 평소 많이 들으니까. 그래서 여행지에 미술관이 있으면 금상첨화죠! ㅎㅎ

    현모 오, 새로운 면모인데요?! 저도 시간만 나면 전시를 보러 가잖아요. 근데 그거 아세요? 요새 미술관에 가면 사람 엄청나게 많아요! 이게 다 여행이랑 연결되는 거 같아요. 방학철이기도 하고, 어디 멀리 못 가니 전시를 많이들 보시더라고요.

    영대 최근 본 것 중 어떤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현모 엄청난 인파에 놀랐던 건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피카소전이었어요. 평일 아침 오픈하자마자 갔는데도 줄이 빙빙. 게다가 남녀노소 연령대도 다양하더라고요. 탄생 140주년 특별전이라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영대 피카소!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 ㅠㅠ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현모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의 전시도 어마어마했어요.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갔는데도 인근 카페에서 90분 이상 대기한 다음에 입장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보람이 있었죠!

    영대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려 있던 문화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이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거 같아요. 가족과 꼭 한 번 다녀와야겠어요!

    현모 그러고 보니 저는 서울에서도 늘 여행 다니는 기분으로 사는 거 같긴 해요.

    영대 그죠! 여행이라는 게 꼭 관광지, 관광명소를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현모 다음 주에는 일상 속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눠볼까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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