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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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는 가족극

연극 ‘안데르센’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06-30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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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는 가족극
    ‘안데르센’은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 대본을 쓰고 싶다”던 원로 극작가 이윤택이 연출가 이윤주와 의기투합해 만든 연극이다. 1835년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제목으로 첫 동화집을 펴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이후 ‘엄지공주’ ‘인어공주’ ‘벌거숭이 임금님’ ‘미운 오리새끼’ ‘성냥팔이 소녀’ ‘눈의 여왕’ 등 200여 편의 동화를 발표했다. 이번 연극은 안데르센이 쓴 어른을 위한 동화 7편과 자서전을 각색한 것이다. 제목만 보고 ‘성냥팔이 소녀’나 ‘인어공주’ 이야기를 재연하는 훈훈한 가족극을 생각했다가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극본을 쓴 이윤택은 “안데르센 동화는 결핍된 영혼이 빚어낸 불멸의 상상력이었다”고 했다. 작품 주인공은 열네 살 소년 안데르센이다. 구두 수선공인 아버지와 세탁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배우 꿈도 이루지 못한 안데르센의 삶에 상상력을 더했다. 안데르센은 고향 오덴세 시장의 추천서를 받아 코펜하겐의 극장 감독을 찾아간다. 감독은 배우가 되기에는 못생겼고, 작가가 되기엔 문법학교도 나오지 않은 그가 탐탁지 않다. 이에 안데르센은 감독에게 ‘미운 오리새끼’ ‘인어공주’ ‘프시케’ ‘성냥팔이 소녀’ ‘놋쇠병정’ 등 직접 쓴 7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극이지만 노래 비중이 꽤 된다. 황승경 국제오페라단 단장이 음악을 맡고, 박소연이 안무를, 김은진이 무대미술을 담당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관객의 오감을 자극할 요소도 상당하다. 피아노, 북, 나팔 소리가 나오고, 물레방아에서는 진짜 물이 흐른다. 하늘하늘한 색색의 천과 종이, 헝겊으로 만든 다양한 크기의 인형도 나온다. 1인다역을 맡은 배우들의 변신은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부제는 ‘어른을 위한 몽상극’. 안데르센은 화자였다가 어느새 주인공이 되는 등 안팎으로 활약하며 이야기에 긴밀하게 관여한다. 가족이 함께 보러 왔다면 아이보다 부모가 더 많은 걸 느낄 법한 작품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아름다운 동화 속 주인공인 줄로만 알았던 미운 오리새끼,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가 실은 안데르센의 불우한 과거, 결핍, 꿈, 이상형 등이 투영된 작가의 분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공연장을 찾은 날은 어린이와 어른 관객의 비율이 반반이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관객 반응과 몰입도가 달라지는 게 흥미로웠다. 극 초반 오리와 백조를 실감 나게 흉내 내는 배우들의 모습에 주로 어린이 관객이 깔깔댔다면, 중반 이후 프시케에게 실망한 조각가가 프시케 조각상을 박살내는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일 때는 대다수 어른 관객이 숨죽여 집중하고 있었다. 7월 6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는 가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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