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7

2011.12.19

그래 맞아, 딱 우리 이야기야

오피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1-12-19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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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맞아, 딱 우리 이야기야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는 케이블TV에서 인기리에 방송한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이영애’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동명의 스타 여배우와 사뭇 다른 외모 탓에 주변의 놀림감이 돼왔다. 그는 뮤지컬 넘버의 가사처럼 ‘산소 같은’이라는 수식어와 거리가 먼 ‘황소 같은’ 튼튼한 외모의 소유자인 것이다.

    뮤지컬은 영애가 7년간 몸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영애는 직장에서 남자 상사에게 ‘살덩어리’의 준말인 ‘덩어리’로 불리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커피 심부름부터 정수기에 물통을 얹어놓는 일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이런 영애와 대조적인 인물이 있으니, 바로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 그리고 애교까지 갖춘 ‘김태희’다. 그는 준수한 외모 덕분에 영애가 준비한 프로젝트를 대신 프레젠테이션하는 등의 대우를 받는다. 주요 사건은 바로 이러한 영애와 태희, 그리고 잘생긴 신입사원 ‘원준’의 삼각관계 속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가 부각되는 와중에 영애가 준비한 프로젝트 내용이 라이벌 회사로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의심을 받은 영애는 상처를 입고 회사를 그만둔다. 영애가 없는 회사는 뭐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고, 모두 그의 빈자리 때문에 힘들어한다. 때마침 회사의 정보 유출 건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진다.

    영애가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영애는 회사로 돌아와 태희와 화해하고 원준과의 사랑도 이루면서 끝이 난다. 아울러 ‘박 과장’과 태희의 단짝이자 직장동료인 ‘지원’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평범한 직장인의 마음을 콕콕 짚어 보여준다는 데 있다. 다큐드라마를 표방한 원작을 반영한 듯 뮤지컬에서도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상황 및 대사가 관객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쳇바퀴 돌듯 흘러가는 직장인의 하루 일과, 비생산적 회의, 지겹도록 계속되는 야근…. 이러한 현실을 경쾌한 음악과 유머러스한 대사에 담아 더욱 신랄한 느낌을 준다.



    그런가 하면 ‘이런 사람 꼭 있다’의 유형을 모아놓은 것 같은 캐릭터들을 놀라운 관찰력으로 잘 표현하는 동시에, 영애와 태희를 비롯한 모든 이의 내면을 공감 가도록 보여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작품에는 결과적으로 ‘악역’이 아무도 없다. 또한 뮤지컬 특유의 환상성을 잘 활용해 인물 내면을 묘사하고, 상황을 강조하는 재치를 보여준다. 음악적으로도 사건을 진행하는 넘버, 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넘버, 감정을 토로하는 넘버를 골고루 활용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야기 짜임새가 그리 탄탄치 않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멜로드라마 구도로 작품을 이끌어가다 악역들을 없애는 과정에서 서스펜스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 등 이야기 구조를 좀 더 집약적으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무대는 선물 포장 같은 콘셉트로 디자인했는데, 줄무늬 선물 상자를 이리저리 열었다, 접었다 하는 모습으로 장면 전환을 한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유쾌한 뮤지컬이다. 드라마의 출연진인 김현숙과 최원준이 직접 영애와 원준으로 등장한다. 1월 15일까지, 컬처스페이스 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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