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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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한국도 어서 통일되길!”

1990년산 독일 통일 기념 빈처젝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8-28 16: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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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자동차가 벽을 뚫고 나오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벽을 허무는 모습. 이 그림들은 아직 남아 있는 독일 베를린 장벽에 그려진 팝아트다. 이 작품들을 레이블로 한 베를린 트로켄(Trocken)과 베를린 리슬링(Riesling) 와인이 독일과 우리나라에서 동시 출시됐다. “한국이 하루빨리 통일되길 염원하며 만들었다.” 올해 75세인 와인 장인 아돌프 슈미트(Adolf Schmitt)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슈미트는 독일모젤와인협회장이자 자르모젤빈처젝트(Saar-Mosel-Winzersekt)사 대표다. 와인메이커 가문 출신인 그는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와인 산지인 모젤과 자르의 발전에 평생을 바쳐온 인물이다. 특히 독일 스파클링 와인 젝트의 고급화는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젝트는 프랑스 샴페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저가 젝트가 시장을 점령하자 고급 젝트는 사라지고 말았다. 슈미트 회장은 프리미엄 젝트를 되살리고자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다. 일반 와인메이커의 젝트 생산을 규제하는 독일 관련법의 철폐에도 앞장섰다. 덕분에 독일에서 빈처젝트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빈처젝트는 오직 한 생산자의 와인으로만 만드는 고급 스파클링 와인으로, 샴페인 못지않게 제조 과정이 까다롭다.

    베를린 트로켄은 모젤(Mosel)에서 생산한 리슬링 포도로 만든 빈처젝트다. 사과, 레몬, 열대과일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단맛이 없어 상큼하다. 섬세한 기포가 주는 부드러운 질감도 매력적이다. 베를린 리슬링은 젝트가 아닌 일반 와인이다. 풋사과의 신선함과 미네랄의 은은한 조화가 아름답고, 달콤함과 새콤함의 뛰어난 밸런스가 입맛을 돋운다.





    슈미트 회장이 최근 출시한 독일 통일 기념 빈처젝트도 주목할 만하다. 이 와인은 1990년 모젤의 토착 품종 엘블링(Elbling)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27년간 숙성시킨 리저브(reserve) 빈처젝트다. 한 모금 맛을 보면 말린 과일, 대추, 계피, 견과류, 향신료 등 긴 숙성이 만들어낸 복합미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레이블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 찍은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이 사진을 감상하며 와인을 음미하다 보면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어서 왔으면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5년 전부터 슈미트 회장은 한국을 매년 방문하고 있다. 아시아와인트로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대전국제와인페어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 최대 국제와인대회다. 20년 전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했던 슈미트 회장은 세계 5대 와인 품평회 가운데 하나인 베를린와인트로피 측에 한국에서도 이런 대회를 열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2013년 독일와인마케팅사와 대전마케팅공사가 공동 개최하는 아시아와인트로피가 탄생했고,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에 올 때마다 한식을 즐긴다.

    “제가 고기를 아주 좋아해요.(웃음) 한국에는 고기 요리가 정말 다양하더군요. 양념한 고기를 숯불에 굽거나 쌈에 싸 먹을 때 저는 반드시 리슬링 젝트를 곁들입니다.”

    그는 화이트 와인이 육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은 잘못된 것이라며 앞으로 많은 한국 소비자가 고기 요리와 리슬링의 훌륭한 조화를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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