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1

2009.06.23

꽃게, 언론 그리고 거짓말

  • 입력2009-06-17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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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게, 언론 그리고 거짓말

    꽃게찜.

    꽃게철이다 보니 매스컴마다 관련 요리법이나 맛집 기사를 많이 소개한다. 여기 곁들여지는 정보 가운데 ‘꽃게 껍데기에 함유된 우리 몸에 좋은 키토산’과 관련된 것이 많다. 키토산을 섭취하려면 꽃게를 많이 먹고, 특히 껍데기를 씹거나 우려내는 등 직접 섭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생산자와 식당 주인은 물론 조리사나 음식평론가 같은 음식전문가, 의사들의 입에서도 흘러나오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꽃게 등 갑각류 껍데기에 들어 있는 키토산은 자연 상태에서는 튀기고 굽고 찌고 삶고 씹고 빨아도 인체에 흡수되지 않는다. 공장에서 화학처리를 거쳐야만 흡수가 가능한 물질임에도 ‘조리해서 먹으면 몸에 좋다’는 거짓말이 난무하는 것이다.

    꽃게잡이 어부들이나 식당업자들이야 다소 과장하는 것을 이해한다 쳐도 전문가라는 이들까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이유는 뭘까. 첫째, 대부분 잘 알지 못해서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확인도 않고 써먹는 비전문가 같은 태도다. 둘째, 전문가로서 뭔가 그럴듯한 코멘트를 하기 위해 알고도 모른 척 사용하는 안이함 때문이다.

    키토산의 경우처럼 잘못된 음식 정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양냉면의 메밀면은 가위로 자르면 가위의 철이 맛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소리를 하는 이도 있는데 얇은 가윗날에 비해 쇠그릇에 담아 쇠젓가락으로 먹을 때 접촉면이 더 넓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이없는 논리임을 알 수 있다. 가윗날이 무서우면 나무젓가락에 나무그릇을 써야 하지 않을까? 냉면의 달걀노른자가 위벽을 보호하고 메밀의 독성분을 중화한다느니, 겨자가 찬 메밀 성분을 보완한다는 얘기도 ‘전문가’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고자 만든 것이다.

    이처럼 음식 정보가 혼란스러워진 것은 건강과 맛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이에 편승해 급증한 식도락 관련 보도들의 인기경쟁 탓이다. 일단 튀고 보자는 생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전문가의 이름을 빌려 쏟아내니, 옥석을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는 소비자로서는 그냥 당할 수밖에. 음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그 제도적 방안을 소비자들이 강력히 요구할 때다.



    kr.blog.yahoo.com/igundown
    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 전문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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