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9

2009.03.31

욕쟁이 ‘맛집’들에 보내는 경고

  • 입력2009-03-27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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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쟁이 ‘맛집’들에 보내는 경고
    ‘욕’의 카타르시스라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면 여간 곤욕이 아니다. 그런데도 방송에 자주 소개되는 이른바 ‘욕쟁이 할머니 맛집’의 폐해에 관해서는 언급되는 바가 없어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이놈, 저놈” 하는 가벼운 수준은 애교로 봐주기도 하겠지만 “니가 가져다 X먹어”나 욕설 수준의 단어 조합과 성기 관련 비속어를 쏟아내는 할머니들을 마주하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고객들은 하나같이 ‘재밌잖아요’ ‘시골집 할머니 같아서 정이 느껴져요’라는 식의 칭찬만 하는데, 전자의 경우야 마조히스트적 쾌락을 즐기는 개인적 취향이니 그렇다 치지만 후자는 자신의 할머니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상스러운 분이며 자신이 그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음을 널리 알리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혹자는 ‘못 배우고 자란 옛날 노인들이니 이해하자’거나 ‘거친 환경에서 식당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교육을 받지 않아도 곧고 단정하게 늙은 어르신들과 친절과 예의로 식당을 지켜가는 노인들을 모욕하는 말 같아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알고는 절대로 가지 않는 욕쟁이집이지만 가끔은 의도치 않게 혹은 모르고 갔다가 봉변당하는 경우가 있다. 더군다나 어려운 분을 모시고 간 자리에서 듣게 되는 욕설은 더욱 감정을 상하게 한다. 거부감을 표시해봐야 단골들과 업소 측에 눌려 무시되기 일쑤여서, 먹은 밥알이 곤두서고 국물이 역류하는 불쾌감으로 오랫동안 고통받게 된다. 음식 위로 난무하는 욕설은 더러운 기분만 들게 할 뿐이니 식당 주인과 단골끼리 유통시킬 것이며, 낯선 손님에게는 내뱉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다.



    욕쟁이 맛집이 가진 문제의 근원에는 이를 부추긴 방송사들의 선정성 경쟁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와중에 친절과 상냥함으로 손님을 맞아 칭송이 자자한 집이 서울 독립문 도가니탕 전문 대성집(02-734-4714)이다. 이런 곳이 진정한 ‘시골 할머니의 그 맛’이 아닐까.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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