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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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군만두를 기억하시나요?

  • 입력2009-03-04 1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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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군만두를 기억하시나요?
    40대 이상 분들이 기억하는 옛 맛 중에 요즘 말로 군만두요, 예전에 야끼만두라고 불린 중국집 음식이 있다. 지금이야 공짜로 따라붙는 허접한 서비스 음식으로 치부되지만 예전에는 대접이 남달랐고 맛도 훌륭했다.

    어릴 때 종종 아버지가 한잔 드신 퇴근길에 중국집 군만두를 포장해오셨기에 ‘나 오늘 늦어’ 하는 말씀이라도 있는 날이면 졸음과 싸워가며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렸다. 봉투를 열면 확 풍기던 고소한 냄새에 기분은 한껏 들뜨고, 나무를 얇게 깎아 만든 갑에 동여진 노란 고무줄을 풀고 뚜껑을 열어젖히면 드러나는 군만두들의 자태가 여간 매혹적인 게 아니었다.

    80년대 중반, 영세규모 중국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저급 재료로 가격 낮추기와 싸구려 공장제 군만두 등이 일반화했고, 질과 맛에서 참혹한 수준이 되어 양배추와 무말랭이에 돼지비계 약간뿐인 재료로 사 먹기 아깝게 됐다. 하지만 예전에는 부추, 생강과 돼지고기의 소에 고소한 육즙이 있었다.

    옛날 군만두 맛을 간직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을지로 오구반점을 첫손으로 꼽는 이도 있지만 성의 없는 조리법이 내키지 않고, 경기도 송탄 버스터미널 부근의 영빈루(031-666-2258)가 가격 대비 훌륭한 맛을 보여준다.

    요즘은 튀겨내고 이름만 군만두라 부르지만 예전에는 만두를 3분의 1만 기름에 잠기도록 익히면 아랫부분은 노릇해지고 위쪽은 쪄낸 듯 촉촉해서 야끼(‘굽는다’는 일본어)만두라 불렀고, 한입에 두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 방식으로 내는 집이 서울 강북 삼성병원 골목길의 중식당 목란(02-732-0054)으로, 화교 이연복 사장이 운영하는 오너셰프(주인이 주방장) 업소이며 높지 않은 가격대에 좋은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어느 업소든 식물성 식용유를 쓰지만 예전에는 라드(돼지비계의 지방분을 정제해 만든 고형유지)를 사용했기에 그 깊은 고소함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으니, 이 집도 옛 맛의 100% 재현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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