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메탈리카 : 백 투 더 프런트’ 출간

정상을 향해 달음질치는 청년들의 아름다움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7-02-13 15: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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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대의 정점에 섰으며 그 시대의 이정표가 된 이와 함께 나이 먹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어떤 영역에서든 소중하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사이 록에 입문한 세대에게 그런 존재는 바로 메탈리카 아닐까. 1998, 2006, 2014년, 그리고 지난달까지 메탈리카는 4번 한국을 찾았다. 모든 공연은 매진됐고 남성 관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형 스타디움을 채울 수 있는 뮤지션 가운데 이런 성비 구성이 가능한 팀은 국내외를 통틀어 메탈리카가 유일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메탈리카의 첫 내한을 기다렸던 한때의 ‘메탈 키드’가 이제는 중년이 돼 다시 티켓을 샀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Master Of Puppets’를 ‘떼창’했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한국 록 수용사에서 빼놓을 수 없을 메탈리카의 가장 빛나던 시절, 아니 그들이 빛을 향해 달려가던 때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Master Of Puppets’ 발매 30주년을 맞아 출간된 ‘메탈리카 : 백 투 더 프런트’(북피엔스)다. 약 270쪽 양장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대충 넘기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메탈리카 결성 당시부터 ‘Master Of Puppets’ 투어까지 이르는 약 4년간의 사진기록 중에는 멤버들조차 처음 봤다는 자료가 빼곡하다. 단순한 화보집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멤버들은 물론 스태프와 친지, 그리고 팬까지 수십 명은 족히 되는 인물 인터뷰가 생생한 언어로 메탈리카의 ‘화양연화’를 증언한다. 이 책 저자인 매트 테일러는 음악산업과 공통분모가 없는 인물이다. 이렇다 할 출판 경력도 없다. 오직 ‘팬심’ 하나로 메탈리카의 젊은 시절을 집대성했다.

    이 책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1981년 라스 울리히(드럼)와 제임스 헷필드(기타, 보컬)가 만나 팀을 결성한 시기부터 86년 9월 ‘Master Of Puppets’ 투어의 스웨덴 공연까지 이야기가 하나다. 그중에서도 85년부터 약 2년간, 즉 ‘Master Of Puppets’가 만들어지고 발매된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웬만한 전기에서 한 장(章) 정도로 다뤄질 시간에 저자는 책 한 권의 에너지를 쏟아부은 것이다. 이런 저자의 마음은 그들 연대기를 순차적으로 따라가다 ‘Master Of Puppets’로 메탈리카와 헤비메탈에 입문하게 된 팬들의 회고에 투영된다.

    이 책의 또 다른 한 축은 앨범 발매 투어 도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클리프 버턴(베이스)에 대한 애정이다. 헤비메탈뿐 아니라 고전음악에도 능통했던 그는 다른 멤버들에게 화성 같은 음악 지식을 알려주고 멤버들 관계도 조율하는 리더였다. 그의 영입으로 메탈리카는 에너지에 지성을 더하고 분노에 형식미를 얹을 수 있었다. 버턴이 없었다면 ‘Master Of Puppets’도, 지금의 메탈리카도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 책에는 그가 사고를 당한 날의 기록이 분 단위로 서술돼 있다. 책 후기를 버턴의 아버지가 썼다는 사실 역시 이 책이 버턴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메탈리카 팬이라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을 것이다. 단순히 명반이라고만 생각했던 ‘Master Of Puppets’를 하나의 실체로 인식할 테다. 설령 그들의 팬이 아닐지라도 이 책은 곱씹으며 즐길 수 있는 성장기다. 세상이 오직 아날로그였던 시절, 20대 초반 청년들이 음악사를 뒤흔든 명반을 내놓고 성공을 거머쥐기까지 악전고투가 때로는 웃음 나고, 때로는 땀냄새 나는 생생한 에피소드들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정상을 향해 기어가고, 뛰어가는 청년들의 무모함이란 언제나 아름답지 않던가. 이 책 속 메탈리카가 그러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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