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8

2010.08.02

꽃미남 원빈, 감성 액션 신고식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

  • 강유정 영화평론가·국문학 박사 noxkang@hanmail.net

    입력2010-08-0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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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미남 원빈, 감성 액션 신고식
    ‘아저씨’는 무척 ‘쎈’ 영화다. 일단 캐스팅이 세다. ‘우리 형’ ‘마더’ 같은 작품에서 변신과 변모를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 원빈 하면 커피광고 속의 꽃미남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점에서 ‘열혈남아’(2006), ‘굿바이 데이’(2002) 등 강렬한 남성 영화를 만들어온 이정범 감독과 함께 “아저씨”가 되기로 했다는 것 자체가 관심을 끈다.

    두 번째는 영화 소재가 무척 세다. 영화 초반 ‘통나무 장사’라는 용어가 나오지만, 그 용어가 영화 속에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점차 구체화되는 통나무 장사의 이미지는 영화 ‘아저씨’를 하드고어 스릴러물 이상의 잔혹한 영상으로 안내한다.

    세 번째는 영화 속 액션이 무척 세다. 지금까지 조폭 영화나 한국 스릴러 영화에서 보았던 난투극 액션과 달리 ‘아저씨’의 액션은 완벽하게 조련된 무용과 같은 질감을 선사한다. 유혈이 낭자하고 폭력이 난무하지만, 이런 서술만으로는 액션의 질감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정교하게 합을 맞춘 단검 액션이나 특수부대 출신 정예요원의 살상 무술은 잔혹하고 잔인하지만, 아름답기까지 하다.

    말하자면 ‘아저씨’는 이 ‘쎈’ 요소들이 서로 융해돼 강렬하고 아름다운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난도질당한 시체에 대한 놀라움이 가시기 전에 날렵한 단검 액션이 이어지고, 칼 소리에 귀가 아직 얼얼한데 다시 총격이 시작된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아저씨’는 분명 논란이 될 만한 선정적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를 드라마틱한 호흡으로 풀어낸다.

    이 감독의 영화에는 여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열혈남아’에는 할머니 나문희가 등장했고 ‘아저씨’에는 소녀 김새론이 출연하지만, 사실 소녀나 할머니는 우리가 상징적으로 말하는 여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이 감독의 영화에는 사랑이나 연애, 불륜의 코드가 빠지고 여자라기보다는 ‘인간’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법한 소녀나 엄마와의 끈끈한 애정이 대신 자리 잡는다. 이 애정은 과거 홍콩 영화 속 의리의 남자들이 애인이나 아내에 대한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것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지점이다. 이정범의 영화 속 인물들은 좀 더 보편적인 인류애적 사랑에 미래를 시험한다.



    이런 점에서 ‘아저씨’는 한국 영화의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있다. 1971년생인 이 감독의 영화에는 홍콩 누아르의 잔혹함과 포즈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저수지의 개들’에서 보았던 잔인함과 유머가 녹아 있다. 타란티노가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면 이정범은 최대한 피가 튀지 않는 세련된 살상 무술을 보여준다. 잔혹함의 수준에서 보면 한 수 위이고, 몰입도로 쳐도 훨씬 높다.

    잔혹한 장면만 나열했다면 지루한 하드고어 영화에 불과했겠지만 이정범의 ‘아저씨’는 한국 영화사에 없었던 다른 영화로 나아가는 데 성공했다. ‘아저씨’는 원빈의 눈빛에 숨어 있는 고독과 그의 몸속에 녹아 있던 날렵함을 녹여내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한다. 신체, 장기 매매 같은 파렴치하고 끔찍한 범죄를 다루는 구체성과 섬세함도 영화를 세련하는 데 일조한다. 피할 곳을 두지 않고 극한으로 몰아치는 한계의 액션과 잔혹함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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