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8

2005.06.07

다시 봐도 근사한 ‘광선검 결투’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5-06-03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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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봐도 근사한 ‘광선검 결투’
    조지 루카스가 거의 30년 동안 주물럭거리던 필생의 작업이 일단 완결되었다.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을 완결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가 완성된 것이다.

    영화는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리고 있고 비평가들도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며 이 영화를 현 세계 정세, 특히 부시 정권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루카스는 지금 기분이 꽤 좋을 것이다. 그가 먼저 만든 두 편의 에피소드들은 결코 지금만큼의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으니.

    그렇다면 3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물론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일들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악의 세력에게 넘어가 제다이들을 학살한다. 시스족의 수장 다스 시디어스임이 밝혀진 팔파틴 의장은 공화국을 제국으로 재개편한 뒤 황제가 되며, 파드메는 루크와 레이아 남매를 낳는다.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은 다스 베이더가 된 아나킨과 오비 원 케노비가 벌이는 20분이 넘는 광선검 결투가 장식한다. 누가 이기냐고? 물론 오비 원이 이긴다. 스포일러냐고? 무슨 소릴. 오리지널 3부작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오비 원과 검은 가면을 쓴 반인 반기계의 사이보그가 된 다스 베이더를 보면 결투의 결말은 자명하지 않은가. 이 영화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한다. 관객들이 모르는 건 자잘한 디테일들이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가 지금까지 나온 프리퀄 3부작 중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 아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실 어린 아나킨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미래의 아내인 파드메를 언제 만났는지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보고 싶어했던 건 이미 다들 아는 결말이었다. 아나킨이 오비 원과 싸우다 지고 다스 베이더가 되는 것 말이다. 그건 박물관에서 유명 인사의 유품이나 밀랍인형을 구경하는 구경꾼의 심리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영화의 질은 어떨까? 딱 프리퀄 수준을 기대하면 된다. 이 영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나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나 ‘시스의 복수’의 장단점은 자명하다. 팔파틴 역을 맡은 이언 맥다이어머드를 제외하면 연기는 생기 없고 지루하다. 드라마는 약하고 대사는 더 엉망이다. 하지만 특수효과는 근사하고, 미술도 멋있으며, 마지막에 아나킨과 오비 원의 광선검 결투가 나온다. 나머지 변수는 여러분의 태도다.

    ‘스타워즈’의 팬들이라면 단점을 묵인하고, 드러난 장점들을 받아들일 것이다. 팬이 아니라면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분의 태도가 어느 쪽이건 ‘시스의 복수’는 하나의 기념비다. 그것이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할리우드 거물의 발악이건, 30년에 걸친 서사시의 끝이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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