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3

2004.07.15

음모에 빠진 두 나쁜 놈 ‘가방 작전’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7-08 17: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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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에 빠진 두 나쁜 놈 ‘가방 작전’
    ‘투 가이즈’. 글자 그대로 두 사내녀석이라는 뜻이다. 무슨 제목이 이런가. 한글로 쓰면 볼품없는 말이 영어로 쓰면 갑자기 쿨~해지기라도 한다는 건가? 아무래도 이 영화를 기획한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이들의 순진함은 거의 공포스러울 정도다. 이런 감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코미디 스타 두 사람을 묶어서 쿨하고 똑똑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니!

    ‘투 가이즈’(감독 박헌수)의 주인공은 물론 두 사내녀석이다. 박중훈이 연기하는 사내녀석 1은 빚쟁이들한테 주먹 휘두르는 재주밖에 없는 이류 해결사 ‘중태’다. 차태현이 연기하는 사내녀석 2는 할 줄 아는 게 여자 꼬시기와 카드깡밖에 없는 나이트클럽 직원 ‘훈’이다. 중태의 직업 때문에 만나게 된 이들은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사건의 열쇠인 듯한 하얀 가방을 들고 달아난다. 무시무시한 다국적 갱단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정보부 직원들이 이들을 쫓는 건 당연한 일.

    기본적으로 ‘투 가이즈’는 소용돌이 스릴러다.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주인공이 우연히 감당 못할 음모에 말려든다는 설정은 존 버캔과 알프레드 히치콕 같은 선구자들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마틴 스코세지 같은 거장들에 의해 이미 실험되었다. 엄청나게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일단 잘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굉장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미안하지만 ‘투 가이즈’는 잘 만든 영화와는 관계가 멀다. 뭔가 복잡하고 미학적인 이유를 들이대며 실수를 변명해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투 가이즈’가 저지른 실수는 참으로 원초적이다. 캐릭터들은 매력이 없고, 대사들은 어색하며, 액션은 서툴고, 지능적인 두뇌싸움과 교묘한 우연의 일치들로 정교하게 짜여야 할 각본은 엉성하기만 하다. ‘투 가이즈’는 그냥, 못 만든 영화다. 박중훈과 차태현이 아무리 열심히 뛴다고 해도 이 난장판을 정리할 수는 없다. 아무리 영화가 쿨하고 똑똑해지고 싶어했어도 결과가 아닌데 우리더러 어쩌라는 걸까.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들이 민망해질 판이다.

    음모에 빠진 두 나쁜 놈 ‘가방 작전’
    ‘투 가이즈’의 실수는 스타들만 등장시키면 뭔가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에서 비롯한 듯하다. 실제로 박중훈과 차태현은 제대로 된 각본이 나오기도 전에 이 기획에 뛰어든 모양이다. 그 뒤의 과정은 짐작할 만하다. 피말리는 마감에 쫓겨가면서 어떻게든 이 두 배우의 캐릭터를 살릴 만한 각본을 쓰기 위해 이들의 이전 영화 캐릭터들을 죽어라 끌어오는 감독, 각본가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이 영화가 두 배우의 이전 영화들에서 끌어모은 조각들을 이어붙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투 가이즈’가 주는 교훈은? 그건 세상에 만만한 일이란 없다는 것이다. 스타들을 내세운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 관객들은 보브 호프와 빙 크로스비 콤비가 나오는 여행 시리즈의 순진함을 비웃을 수 있지만, 그 영화들은 모두 고도로 훈련된 할리우드 프로페셔널들의 작품들이다. 이런 영화들에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을 ‘투 가이즈’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추락은 처음부터 예측 가능했던 것이다.

    Tips | 박헌수 감독

    영화 ‘주노명 베이커리’ ‘구미호’ ‘진짜 사나이’ 등을 만들었다.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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