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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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살인의 현장’ 목격자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3-08-21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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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은  ‘살인의 현장’  목격자
    ‘거울 속으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도입부다. 한 여자가 백화점 화장실의 거울을 바라본다. 잠시 후 떨어뜨린 물건을 집기 위해 몸을 숙인 여자는 다시 거울을 올려다보다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여러분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거울은 무섭다. 거울은 그냥은 절대로 볼 수 없는 어떤 사람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자기 자신 말이다. 더 불쾌한 건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상상력을 발휘하면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미지는 타자화한다. 거울과 관련된 괴담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거울 속으로’는 아주 멋진 호러 소재를 찾아낸 셈이다. 이 영화의 괴물은 거울이고, 사람들은 거울 속 자신의 이미지에 의해 살해당한다. 백화점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거울 유령의 원한을 풀어주려는 전직 형사인 우리의 주인공 역시 거울의 마술에 홀려 있다. 불안한 정신 속에서 그의 세계는 거울에 의해 두 배로 확장되고 거울상의 진실과 허상, 실체와 그림자의 세계는 뒤섞인다.

    ‘거울 속으로’는 분명 가능성 있는 영화다. 영화는 일단 근사한 소재를 끌어왔고, 몇몇 인상적인 특수효과를 과시하고 있으며, 이 미친 대칭의 세계를 구성하는 흥미로운 상징과 도구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거울 속으로’는 영화 자체보다 예고편과 스틸 컷들이 더 멋있는 영화다. 이 으스스하고 종종 시적이기까지 한 소재와 주제는 진부하고 기계적으로 구성된 형사물의 플롯, 재미없는 대사와 장황한 설명 속에 갇히고 만다. 영화의 치명적인 결점을 확인하려면 영화 후반의 클라이맥스를 보면 된다. 거의 상투적이며 클리셰한 수다쟁이 악당과 인과응보의 논리 속에서 신비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유령이 삼류 추리물의 공식적 결말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상당히 안정적인 캐스팅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도 소재와 이야기의 부조화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와 장면 설정이 보여준 가능성에 비해 결과가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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