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1

2018.01.10

책 읽기 만보

“ ‘스타워즈’에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다”

  • 입력2018-01-09 13: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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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스타워즈로 본 세상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 열린책들/ 320쪽/ 1만5000원

    아무도 못 말리는 덕후(오덕후의 준말)의 열정이 낳은 책이다. 2016년 이 책을 낼 때까지 개봉한 7편(현재 8편까지 나왔다)의 ‘스타워즈’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팬보이가 바치는 최고의 헌사 같은 느낌이다. 이 덕후의 스펙이 의외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저자이자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를 지냈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이기도 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스펙이 주는 엄숙함 따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어떻게든 사회의 모든 현상을 ‘스타워즈’와 결부해 그것이 가진 의미를 극대화하는 데 안달이 나 있다. 심지어 헌법의 의미까지도 ‘스타워즈’를 통해 해석한다.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 한 구절인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본다’를 슬쩍 가져와 ‘스타워즈는 한 알의 모래다. 그 안에 온 세상이 다 들어 있다’고 눙친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스피디하고 가볍고 열렬한 덕질은 묘한 끌림이 있다. 저자는 이 세상 사람을 3가지로 분류한다.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이 가운데 세 번째에 속하는 기자도 책을 보면서 그의 덕질에 처음엔 감탄하다 나중엔 울림마저 느끼게 됐다. 뛰어난 학자인 데다 대중적 글쓰기로 잘 무장된 그가 ‘스타워즈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종횡무진 누비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문체는 가볍지만 심오한 철학적 주제도 간간이 눈길을 끈다. 더불어 그가 에둘러 말하지 않고 명쾌하게 내놓는 답변 또한 속시원하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의 전무후무한 명대사 ‘I’m your father’(책에는 ‘나는 네 아버지다’로 번역해놓았지만 그 맛을 살릴 수 없어 영어 그대로 적는다)를 통해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조명한다. 루크(아들)와 아나킨(아버지 · 다스 베이더) 사이에 일어난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둘의 관계를 정리한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것이 모든 자식에게 주는 교훈이다. 루크가 은하계 최고의 악당을 용서했다면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부모란 없다.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새겨들을 말이다.” 

    모쪼록 이 책에 나온 얘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그냥 한순간 별똥별처럼 흘려보내지도 말길 바란다. 딱 그 정도의 책이다. 그런데 제법 많은 공력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 책을 사서 보지 않을 분들을 위해 책에 나오는 한 가지 팁을 드린다. 저자는 ‘스타워즈’를 어떤 순으로 봐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여러 이유를 들면서 내린 그의 결론은? 개봉한 순서대로다. 이유가 궁금하면 책을 구매해 보면 되지만 그럴 필요까진 없다. 저자의 결론을 따를 건지, 손에 잡히는 대로 볼 건지, 나름의 규칙을 정할 건지는 여러분 각자의 몫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한 ‘스타워즈’의 교훈 중 하나도 ‘여러분은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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