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7

2013.10.07

나는 바람이니까

  • 박태문

    입력2013-10-07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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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바람이니까


    나는 바람이니까

    하릴없이 떠도는 휴지조각

    비닐봉지

    나는 그것들 몰아가야 하니까



    그대 삶 깊은 곳에

    나는 머물 수 없으니까

    그대 절망 그 깊은 곳에

    나는 있을 수 없으니까

    나는 바람이니까

    나는 바람으로 가야 하니까

    나는 돌아올 수 없으니까

    돌아온다 하더라도

    나는 이미 바람이 아니니까,



    무명산천에 집을 짓자

    하늘이 눈 아래 보이고

    명주실 같은 바람이 이는 곳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 분의 시를 읽었다. 전집을 구해 읽고 한참 울었다. 뭐랄까…, 내가 너무 과분하게 살고 있구나 싶었다. 더 겸손해지고, 더 깊어져야 하리라. 왜냐하면 시인은 바람이니까,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이니까. ─ 원재훈 시인



    詩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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