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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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은 없다

9회 환골탈태

  • 입력2012-05-07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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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세 국민투표가 9월 30일로 결정되자 세상이 소란했다. 아니, 활기가 넘친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세대결연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100만 쌍을 달성한 9월 중순, 이명박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나타났다.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국회에 나타나는 통에 민주당은 시큰둥했고, 세우리당도 ‘또 뭔 일이여?’ 하는 기색이다. 석 달 전인 6월 중순만 해도 이명박이 정치는 더럽다고 손에 물 묻히기 싫은 모양이라면서 씹던 사람들이 지금은 귀찮다고들 한다. 세상인심이 다 그렇다. 이명박은 국회의장실부터 들르는 터라 의장 김형오가 기다리고 있다 그를 맞는다.

    “요즘 세대결연이 잘되고 있더만요.”

    자리에 앉은 김형오가 덕담을 했다.

    “저도 신청했는데 곧 대자(代子)를 만날 계획입니다. 전라도 순천에서 올라온 대학 3학년생이더군요.”

    “의장님은 대자 셋은 두셔야지요.”



    이명박이 말하자 김형오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바빠서 시간이 될라나 모르겠습니다.”

    그때 의장실로 박근혜 세우리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그리고 정몽준, 이윤성, 문희상, 추미애 의원 등 여야 지도부가 들어섰다. 맨 마지막에 등장한 이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다. 이명박과 목례를 나눈 의원들이 자리잡고 앉자 김형오가 헛기침부터 했다.

    “대통령님께서 여야 지도부 의원님들께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요.”

    의장실 안 원탁은 좁아서 모두 빼곡하게 둘러앉았다. 앞쪽 의원의 코털이 보일 정도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이명박이 입을 열었다.

    “요즘 좀 바쁘시지요?”

    그러자 추미애와 정세균이 피식피식 웃었다. 이명박의 시선이 한쪽 끝에 앉은 박영선에게로 옮겨졌다.

    “내가 어떻게 해야 박 의원님을 기쁘게 해드리지요?”

    “BBK를 고백하세요.”

    대뜸 박영선이 말을 받았으므로 정몽준이 혀를 찼다.

    “박 의원, 예의를 지킵시다.”

    그러자 이명박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다 내 불찰입니다. 나는 박 의원의 정의감을 존경합니다.”

    그러고는 이명박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제가 오늘 여러분을 뵙자고 한 것은 법안 개정에 협조를 부탁드리려고요.”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낸 이명박이 메모한 글을 읽는다.

    “첫째, 회기 내에 국회의원을 구속하지 못하게 돼 있는 법안을 폐기하고, 범법 사실이 있으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즉각 구속, 형 집행을 할 것. 이건 일반 국민과 똑같이 법을 적용한다는 뜻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몸을 굳혔지만 아직 입을 열지는 않는다. 세우리당 측도 모두 변화가 없다. 그것은 내용을 알고 있다는 표시다. 다시 이명박의 말이 이어졌다.

    “둘째, 법관과 변호사의 자격 검증과 제명법의 제정입니다. 반정부투쟁 전력자, 친북·종북주의자가 법관으로 임용된 현실을 정리해야 합니다. 변호사법도 심의기구를 만들어 자격을 박탈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젠 사법부까지 공안정국을 만드는 군요.”

    그렇게 나선 것은 박영선이다.

    “우리는 결사반대합니다. 이것을 기회로 이명박 정권 타도 투쟁으로 나갈 겁니다.”

    박영선이 소리치듯 말했고 추미애가 거들었다.

    “세상에,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을 21세기에 시행하려고 들다니. 역사가 심판할 겁니다.”

    “무슨 역사?”

    하고 정몽준이 나섰다. 작심한 듯 얼굴이 굳어져 있다.

    “떼법의 역사? 종북주의 판사한테 무죄를 선고받아 석방되는 반국가사범들의 역사 말이오?”

    “이명박 물러가라!”

    하고 박영선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이명박이 머리를 숙였다가 들고 말했다.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지요. 앞으로 트위터에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을 유포하는 자는 구속하고 중형을 받는 트위터법을 제정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안 돼! 안 돼!”

    하고 박영선이 소리쳤지만, 자리에서 일어선 이명박이 정중히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발을 떼었다. 김형오와 세우리당 의원들이 서둘러 뒤를 따르고 박근혜는 뒤로 처졌다. 이명박을 경호하듯이 등 뒤에 바짝 붙어 섰던 정무수석 박재완은 추미애의 뒷담화를 들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나가려는 거야?”

    # 날마다 종교계의 거대한 자산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 구성한 종교세국민투표위원회, 약칭 ‘종국위’에서 발표를 하기 때문이다. 추정이지만 강남권 대형 교회에서 한 달에 거두는 십일조 성금이 100억 원이라고 했다. 특별성금까지 합하면 1년에 수천억 원이라는 것이다. 종교단체 부동산도 추적했는데 몇조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특히 불교계의 토지와 임야는 어림잡아 수천조 원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신문에 난 종교계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던 택시운전사 백영길이 동료 최선동에게 말했다. 둘은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식당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해바라기하는 중이다.

    “이 부동산 반만 팔아도 전 국민이 무상급식 10년은 먹겠다.”

    “아따, 그놈의 무상급식 타령.”

    최선동이 세차게 혀를 차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둘 다 60대 중반으로 고향이 서울이다. 백영길은 버스 운전을 하다가 개인택시를 한 지 8년째이고, 최선동은 5년 전까지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개인택시를 샀다. 담배 연기를 내뿜은 최선동이 말을 잇는다.

    “아마 그 자금으로 재투자하면 건설 경기가 일시에 일어나고 소득이 1만 달러쯤 뛰어오르겠지.”

    “그럼 내가 1년에 1000만 원 더 번다는 말인가?”

    “아니. 니 식구가 있으니까 식구 몫까정 2천몇백만 원 정도….”

    “이해가 안 가는데. 손님이 세 배는 늘어야잖어?”

    “손님도 늘겠지만 택시요금도 오를 것이고, 세금은 적게 떼면서 정부에서 나오는 수당이 많어지겄지.”

    “살맛나겠는데.”

    그러면서 백영길이 최선동에게 손을 내밀었다.

    “야, 담배 한 대 내라.”

    “아니, 너 나흘째 끊었다면서?”

    “피워야겠다. 소득도 오른다는데.”

    이것도 모두 종국위의 홍보 효과다. 종교세를 걷으면 당장 대학에서 반값등록금이 시행되고, 무주택자에게 20년에서 30년까지 할부해주는 아파트가 제공되며, 일자리 30만 개가 늘어난다고 선전을 해댄 결과 벌써부터 소비가 늘었다. 소비가 늘어나니 경기가 호황이고, 이명박 인기는 세 개 여론조사기관에서 평균 89.5%의 지지율을 보였다. 종교세 국민투표는 통과할 것이었다.

    # 문화관광부 장관 유인촌이 집무실로 들어선 날이 국민투표 일주일 전인 9월 23일이다. 화창한 가을 날씨가 창밖으로 펼쳐졌지만 유인촌의 표정은 무겁다. 함께 들어온 정무수석 박재환, 교육과학수석 이주호, 대변인 이동관도 긴장한 것 같다. 집무실 안 테이블에 둘러앉자마자 유인촌이 먼저 입을 연다. 유인촌이 보고하러 들어온 것이다.

    “먼저 천주교 측을 만난 내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명박은 시선만 주었고 유인촌의 목소리가 방을 울린다.

    “교황청 특사 아그니시오 추기경과 한국 천주교 측 대표 전성민 대주교를 만났습니다, 대통령님.”

    “….”

    “아그니시오 추기경은 타협책으로 앞으로 천주교 사제는 반정부투쟁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가담한 사제는 즉시 파문한다고 했습니다.”

    이명박은 눈만 깜박이고 있다.

    “또한 정의구현사제단 전원을 파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이명박이 머리를 돌려 이주호를 보았다. 이주호도 회담에 참석한 것이다. 이명박의 시선을 받은 이주호가 입을 열었다.

    “그 조건으로 이번 종교세 징수는 철회해달라는 겁니다. 이것은 종교탄압이라고 했습니다.”

    이명박이 머리를 끄덕이며 다시 유인촌에게 묻는다.

    “불교계와 개신교는?”

    “불교계, 개신교계는 의견을 통일하지 못해 협상할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

    말이 그렇지 내분이 일어난 것이다. 지도자급에서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고, 이 기회에 정화(淨化)해야 한다는 신자들의 열망이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종교세 국민투표를 종교개혁이라 부르는 신자도 있다고 한다. 그때 이명박이 이동관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알았지? 지금 바티칸과의 협상 내용을 그대로 발표해요. 그들의 조건까지 모두 다.”

    놀란 이동관이 메모를 하다가 이명박을 보았다. 이것은 비밀회담이었다. 이동관의 놀란 표정에 이명박이 쓴웃음을 지었다.

    “철저하게 매듭을 짓는 거야. 허위사실로 국민을 선동한 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면책되던 풍토는 없어져야 해. 교황청도 이해할 거야.”

    레임덕은 없다
    # “아니, 박형.”

    대변인실로 들어가려던 이동관이 복도 끝을 막 돌아가는 사내의 뒷모습에 대고 불렀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나온 길이었다. 모퉁이로 사라져버렸던 사내가 3초쯤 후 모습을 드러냈다. 기획조정비서관이던 박영준이다. 거리는 20m쯤 떨어졌지만 박영준의 쑥스러운 웃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박영준은 지금 이상득 지역구에서 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동관이 다가가자 박영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들켰네. 잠깐 일 좀 보고 나가려 했는데.”

    “그럴 수 있습니까? 내 방에서 차 한잔 하고 가십시다.”

    이동관이 권하자 박영준이 질색하고 손까지 저었다.

    “안 됩니다. 대장이 알면 나는 끝납니다.”

    대장이란 대통령이다. 그래서 이동관은 빈 복도에서 박영준과 마주 보고 섰다.

    “근데 말입니다.”

    하고 이동관이 탐색하는 시선으로 박영준을 보았다.

    “대통령께선 전부터 이렇게 딱딱 큰일을 내지르는 스타일이셨습니까?”

    “아니, 또 무슨 일 저질렀어요?”

    박영준이 묻자 이동관은 머리를 내저었다.

    레임덕은 없다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뵐 때마다 간이 오그라들어서.”

    그러자 이맛살을 찌푸린 박영준이 길게 숨을 뱉은 뒤 말했다.

    “여기, 청와대 터하고 대장 기운하고 딱딱 맞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말입니까?”

    “전에는 안 그랬거든. 카리스마는 있었지만 박력은 부족했는데 6월부터 완전 달라진 거라.”

    “….”

    “청와대 귀신이 씌었나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니까. 좋은 귀신 말입니다.”

    그러더니 시계 보는 시늉을 하면서 몸을 떼었다. 박영준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만 실례. 대장한테 말이 들어가면 작살나니까 가야겠습니다.”

    # 대법원 사무처장 박갑수는 대법원장 이용훈이 이렇게 화내는 모습을 오늘 처음 보았다. 숨죽이고 서 있는 박갑수에게 이용훈이 묻는다.

    “그럼 곧 입법이 된단 말인가?”

    “예, 아무래도.”

    입안의 침을 삼킨 박갑수가 말을 이었다.

    “선진당까지 찬성한 데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란표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이광재 의원 등 친노무현계 의원까지 합하면 200석이 훨씬 넘습니다.”

    “허어.”

    이용훈이 탄식했다. 그러면 개헌이 된다. 사법부 정화 개헌이라지만 독재를 위한 개헌이나 마찬가지다. 1972년 11월에 있었던 유신헌법 투표나 다를 바 없다. 이제는 눈만 치켜뜬 이용훈에게 박갑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사법부 개혁위원회가 구성되고 즉시 법관 심사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대법관, 헌법재판관까지 포함되는 이른바 ‘이적분자’ 색출 작업을 한다는데요.”

    “….”

    “대략 10% 정도가 자격을 박탈당할 것이라고 합니다.”

    “….”

    “변호사도 못하게 한다는데요. 변호사는 20% 정도를 자격 정지한다고….”

    “그만.”

    손을 들어 말을 막은 이용훈이 눈을 부릅뜨고 벽을 노려보았다.

    “이명박, 이놈.”

    이용훈은 말을 잇지 못한다.

    # 2008년 9월 24일 오후 7시. 청와대 대변인 이동관이 서울역에 있는 대형 TV 화면에 등장했다. 여행객 수백 명이 앉거나 서서 TV를 응시한다. 요즘은 수시로 빅뉴스가 터져 청중이 많다. 이동관이 입을 열었다.

    “교황청 특사 아그니시오 추기경은 앞으로 정치투쟁에 참여하는 사제는 즉시 파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낭랑한 목소리로 이동관이 말을 잇는다.

    “정의구현사제단 전원을 파문하겠다고 했습니다. 단, 종교세 징수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말씀입니다.”

    머리를 든 이동관이 단호한 표정으로 대합실에 자리한 청중을 보았다.

    “대통령께서는 제의를 거부하셨습니다. 종교세 국민투표는 시행할 것이고, 국민이 찬성하면 즉시 세금을 징수할 겁니다. 또한 범법행위를 하는 종교인은….”

    심호흡을 한 이동관이 말을 잇는다.

    “파문이나 제명을 당하기 전 법의 심판을 받게 될 테니까요. 이 또한 국민의 명령입니다.”

    # 종교세 국민투표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날 오전. 국방부 장관 이상희는 국가원로이자 세우리당 고문인 전두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부관이 넘겨준 전화기를 귀에 붙이기 전 이상희는 심호흡부터 했다. 전통이 또 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가. 시어미가 따로 없다. 그러나 정중히 전화를 받는다.

    “예, 고문님. 국방장관 이상희입니다.”

    “아, 장관. 난데.”

    전두환의 목소리는 힘이 넘친다.

    “예, 고문님.”

    “내가 대통령 각하의 승인을 받았는데 말이야.”

    “예, 고문님.”

    “대북방송 실시해. 당장.”

    “예?”

    했다가 정신을 차린 이상희가 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고문님.”

    “준비하고 시작하려면 며칠 걸리겠나?”

    “예, 검토 후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서두르라고. 놈들이 남한의 종교세에서부터 국회 입법관계, 세대결연까지 모조리 트집잡고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 고문님.”

    “우리 대통령 각하한테 쌍욕을 하고 있단 말이야.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예, 고문님.”

    “그놈들은 우리가 관용을 보이면 약점이 있는 줄 알고 쑤시고 들어오는 놈들이야. 강하게 나가야 물러나. 알지?”

    “예, 고문님.”

    “좋아, 믿는다. 즉시 시행하도록.”

    그러고는 통화가 끝났다. 이상희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늘어뜨린 채 긴 숨을 뱉는다. 그러다가 옆에 선 부관 유영만 대령을 발견하고는 눈을 부릅뜬다.

    “얀마, 뭘 봐?”

    “예?”

    놀란 유영만이 부동자세로 섰다. 이상희가 안 하던 짓을 한 것이다. 금방 전두환에게 물든 것 같다.

    # 그 시간에 이명박은 동교동에서 김대중과 독대하고 있다. 오후 4시 반, 이명박은 이른바 잠행으로 동교동에 왔다. 비밀리에 온 것이다. 김대중을 청와대로 불러도 되지만 연로(年老)한 전임에게 예의를 차린 것이다. 방 안에는 우연히 동교동에 있다가 참석한 박지원과 안보수석 김성환이 배석해 모두 넷이다. 먼저 이명박이 말했다.

    “전두환 고문께 대북방송을 다시 시작하도록 조치하라고 했습니다.”

    놀란 듯 김대중이 몸을 굳혔고 이명박이 말을 이었다.

    “사사건건 도발적 태도를 보이는 데다, 며칠 전에는 중부전선에서 아군 초소에 기관포를 쏘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강경하게 대응키로 했습니다.”

    그때 김대중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며 묻는다.

    “대통령께서 나한테 부탁하고 싶으신 일이 있습니까?”

    “예, 노 전임께도 곧 말씀드리겠지만, 두 분 전임께서 남북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해주신다면 균형이 맞을 것 같습니다.”

    “흐응.”

    김대중이 얼굴을 허물어뜨리고 웃었다.

    “전두환 씨하고 균형을 맞춘다는 겁니까?”

    “북한에는 그런 전임이 없으니 우리가 훨씬 유리하지요.”

    이명박이 따라 웃고 나서 입을 열자, 김대중이 길게 숨을 뱉으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하지요. 그러고 보면 김정일 씨가 참 징헌 사람이네요잉?”

    # 2008년 9월 30일. 종교세 국민투표가 오전 6시에 시작돼 오후 8시에 끝났다. 밤 11시 45분에 개표가 끝나 결과를 발표했는데, 유권자의 73%인 3200만 명이 투표했고 84%인 2688만 명이 종교세에 찬성했다. 이로써 모든 종교기관에서 세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승리가 아니다. 정부가 환골탈태해 새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원호

    레임덕은 없다
    194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2년 ‘황제의 꿈’과 ‘밤의 대통령’이 100만 부 이상 팔리며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50여 편의 소설을 냈으며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할증인간’ ‘바람의 칼’ ‘강한 여자’ ‘보스’ ‘무법자’ ‘프로페셔널’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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