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7

2007.10.23

시와 인생, 그리고 CEO가 만났을 때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www.gong.co.kr

    입력2007-10-19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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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인생, 그리고 CEO가 만났을 때

    <b>시 읽는 CEO</b><br> 고두현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244쪽/ 1만2000원

    “자, 이제 시의 곳간에서 지혜의 알곡을 골라내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영감의 씨앗을 우리 인생밭에 뿌릴 시간입니다.”

    머리말 끝자락에 놓인 문장 하나는 필자가 지금 소개하려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고두현의 ‘시 읽는 CEO’는 아름다운 시와 실용적인 자기계발에 관한 내용이 다정하게 만난 책이다. 시만 읽으면 조금 심심하고 산문만 읽으면 딱딱할 수가 있다. 이 두 부분을 적절히 가미해 감동과 실용을 동시에 안겨주는 책이다. 그래서 저자는 ‘20편의 시에서 배우는 자기 창조의 지혜’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한국경제신문 기자이면서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책에서 격려, 열정, 희망, 최선, 용기, 노력, 긍정, 창의 등 모두 21개의 주제에 걸쳐 대표적인 시를 하나하나 풀어놓고 있다. 시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시를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서 얻는 소득은 크다.

    열정의 대표작은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다. 이 시를 울만이 지은 때는 그의 나이 78세였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그런데 이 책의 묘미는 이렇게 시와 관련된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춘과 관련 있는 휴먼 스토리를 산문으로 소개한다. 주인공은 미국 뉴올리언스의 가난한 흑인 집안에서 태어난 조지 도슨. 그는 수십 가지 직업을 전전하다 늘그막에 고향으로 돌아와 낚시로 소일하던 중 돌연 낚싯대를 내던지고 성인을 위한 교육과정에 입소한다. 그의 나이 98세 때다. 백인들의 손에 죽음을 당한 형 때문에 10세 이후 백인과 어떤 거래도 하지 않겠다던 다짐을 버리고, 초등학교 교사인 글로브먼의 도움으로 101세가 되던 해 자신의 인생 여정을 담은 책 ‘인생은 아름다워’를 펴내기도 했다. ‘좀더 이른 나이에 깨우쳤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청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희망의 대표작은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다. 이런 시를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 만큼 힘겹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시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한편 1954년 미국 밀워키 북부에서 4남매의 막내로 태어났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8세 때부터 남의 집에 입양돼 성장한 한 아이가 있었다. 지독한 가난에 굴하지 않고 세일즈맨으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그는 우연히 주식중개인의 추천으로 주식중개업에 뛰어들게 된다. 절망의 터널을 벗어나 세상을 향해 화려한 날갯짓을 시작한 시점이 28세 때. 최고의 열정과 노력으로 인생을 반전시킨 이 인물은 바로 투자사 ‘가드너 리치 앤드 컴퍼니’의 오너 크리스 가드너다. 그의 이야기는 ‘오프라 윈프리쇼’뿐 아니라 ‘행복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영화로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멋진 시 한 편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책 읽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최선의 대표작은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란 시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누구에게나 후회는 늦게 찾아온다. 후회, 안타까움, 회한과 함께 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인들 버릴 때가 있겠는가. 세월의 흐름이 가르쳐주는 지혜는 기쁠 때는 기쁨 그 자체로, 슬플 때는 슬픔 그 자체로 인생의 순간순간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끝으로 용기의 대표작은 유안진 시인의 ‘실패할 수 있는 용기’라는 시. “눈부신 아침은 하루에 두 번 오지 않습니다. 찬란한 그대 젊음도 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젊음은 용기입니다. 실패를 겁내지 않는 실패할 수 있는 용기도 오롯 그대 젊음의 것입니다.” 용기의 살아 있는 사례로 미국의 브라이언 트레이시와 한양대의 유영만 교수가 소개돼 있다. 두 사람 모두 실패할 수 있었기에 일어설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시와 산문이 어우러진 새로운 시 읽기에 도전해보기 바란다. 잠시 자투리 시간을 내 한 장 한 장 펼치는 동안 여러분 자신을 충만한 에너지로 채우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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