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2

2010.02.02

아수라장 웹 2.0을 고발한다

‘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0-01-27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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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수라장 웹 2.0을 고발한다

    앤드루 킨 지음/ 박행웅 옮김/ 한울 펴냄/ 270쪽/ 1만4500원



    1993년 ‘뉴요커’에는 이런 풍자만화가 실렸다. 두 마리의 개가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한 마리는 앞발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았고 다른 한 마리는 짓궂게 쳐다보고 있다. 키보드를 사용하는 개는 “인터넷에서는 아무도 네가 개란 것을 모른단다”라고 친구를 안심시킨다.

    ‘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 인터넷 원숭이들의 세상’의 저자 앤드루 킨은 이런 풍자만화가 오늘날 현실이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터넷에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산출물을 끊임없이, 산처럼 쏟아내는 수백만의 사람을 ‘인터넷 원숭이’로 표현했다. 19세기 진화생물학자 토머스 헉슬리가 “무수히 많은 원숭이가 각자 타이프라이터 앞에 앉아 무수한 시간 동안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그중 한 원숭이는 마침내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플라톤의 ‘대화’,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논문 같은 걸작을 만들어낸다”(‘무한 원숭이 정리’)라고 말한 것에 빗대 원숭이를 책 제목에 활용한 것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간을 뜻하는 원숭이는 다른 말로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아마추어 컬트’다. 즉 인터넷에서 활개 치는 아마추어를 뜻한다. 원서의 부제는 ‘오늘날의 인터넷은 우리의 문화를 어떻게 죽이는가’이다. 정리하면 블로그에 열중하는 무수한 ‘아마추어 컬트’가 정치와 경제, 예술, 문화 모든 분야에서 여론을 타락시키고 혼란에 빠뜨리면서 전통적인 미디어를 훼손하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거짓 복음전도사의 예로 든 것은 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 등이다. 2010년에 5억개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 블로그는 자아도취에 빠진 바보들의 놀이터와 다름없다. 웹 2.0은 좀더 깊이 있는 정보, 글로벌한 관점, 냉정하고 공명한 관찰자의 의견 등을 실현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진실을 알려줄 것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곳에는 세상에 대한 피상적인 관찰과 의견이 부딪치며 내는 소음이 들끓을 뿐이다. 결국 웹 2.0은 ‘무지와 이기주의, 악취미, 무질서를 모두 합쳐놓은’ 아수라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웹 2.0은 진실을 훼손하고 있으며, 따라서 공론의 질이 위협당하고 표절과 지적재산권 침해가 횡행하며 창의성이 질식당한다. 광고와 홍보활동이 뉴스로 포장되고 가장될 때 사실과 픽션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만다.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말한 ‘빅 브라더’는 가상의 존재였지만 구글은 현실이다. 구글은 친구, 연인, 정신과 의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우리의 습관, 관심, 욕망에 대해 알고 있어 앞으로 우리의 모든 행동과 생각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가 신봉하는 ‘집단 지성’은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유튜브에는 쓰레기만 난무한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자기 현시욕이 폭발하는 블로그는 날이 갈수록 정보조작 전문가들이 선전전을 벌이는 각축장으로 변해간다. 폭력적인 비디오게임과 강렬한 온라인의 쌍방향성은 과도한 성적 집착을 보이는 10대부터 충동적인 도박꾼과 온갖 중독자를 양산하며 우리 사회의 도덕적인 구조를 해체하고 있다.

    제1차 인터넷 골드러시의 개척자인 저자는 인터넷 음악회사 ‘오디오카페’를 창업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이 책은 내부고발자의 신앙고백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블로그와 위키피디아가 본질적으로 젊은 세대를 먹이로 삼아, 젊은 세대가 갈망하는 콘텐츠의 원천을 파괴하는 바람에 ‘독창적인 콘텐츠’를 창작해 웹사이트에 통합시킨 주류 미디어인 음악, 영화, 신문, TV, 책 등이 죽음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재능 있는 인재를 찾아 육성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렇다고 디지털 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웹 2.0의 혜택을 ‘올바르게’ 이용하는 대안을 내놓는다. 대중의 참여와 전문가의 품위 있는 지도가 결합된 새로운 위키 프로젝트인 ‘시티즌디움’, 비디오 전문 제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인터넷에 유통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주스트’, 전문가가 사이트의 유료 가입자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직접 팔 수 있는 디지털 출판 사이트인 ‘아이앰플리파이’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례 또한 웹 2.0 기반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도덕적 책무는 아마추어 컬트에 맞서 주류 미디어를 보호하는 것이다. 저자, 편집자, 에이전트, 인재 발굴 전문가, 저널리스트, 출판업자, 음악가, 기자, 배우 등의 풍성한 생태계를 가진 전문적인 미디어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니 혁신,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 진보를 장려하면서 동시에 진실, 양식, 창조성을 지키는 식으로 기술을 사용해 이들 전통적인 미디어를 살리자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좌충우돌하던 웹이 이제야 제 갈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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