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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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와 생물학자 ‘인간’을 논하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5-11-28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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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자와 생물학자 ‘인간’을 논하다
    대한민국 지식 사회의 횡적 소통이 가능할까. 자기 전공 분야를 누군가가 기웃거리거나 알려고 하는 것에 원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오늘날 우리 학계의 풍토다. 이런 척박한 풍토에서 생물학자와 인문학자가 만나 이질적 대화 속에서 학문적 소통을 시도한다. 신화를 품은 인문학자 도정일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와 개미를 사랑하는 생물학자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그 주인공.

    시대는 정보기술(IT)에서 생명공학(BT)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2000년에 인간 유전자 지도가 발표되면서 생명공학이 새 성장 엔진으로 부각되었고, 2004년에는 황우석 교수가 인간 배아 복제를 성공시켰다. 눈부신 생명과학의 발전은 우리로 하여금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 발전에 걸맞게 인문학도 더욱 확장돼야 한다. 인문학의 비판적 사유와 풍부한 상상력이 자연과학의 부흥을 촉발하고, 역으로 자연과학의 기술적 상상력이 인문학의 비판적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세계가 소통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언어를 통역해서 대화하기란 무척 어렵고 힘들다. ‘인간’이란 단어는 같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인간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자. 도 교수가 “생명공학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매혹하고 있어요. 죽지 않는 인간, 병에 걸리지 않는 인간, 원하는 대로 자기를 개량할 수 있는 인간, 천재 생산 등 생명공학은 지금까지 인간이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자연적 한계를 일거에 제거할 수 있다는 기대와 환상을 뿌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최 교수는 “생명과학이 도달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미래는 모든 사람이 최대 수명인 120세까지 살다가 생일잔치 마치고, 잘들 있게나 하며 아무 고통 없이 떠나는 거죠”라고 받는다. 유전자와 문화, 암컷과 수컷 등 13개 테마를 통해 주고받는 지식여행 재미가 쏠쏠하다.

    도정일·최재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616쪽/ 2만5000원



    인문학자와 생물학자 ‘인간’을 논하다
    사진과 시가 만났다. 그것도 특이하게 아프리카라는 주제로 만났다. 무슨 인연일까? 동갑내기인 사진작가 김중만과 시인 황학주는 아프리카와 인연이 깊다. 김중만 작가는 정부 파견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열여덟에 아프리카 땅을 처음 밟았고, 황학주 시인은 케냐에 학교를 짓고 3년간 마사이족과 일상을 보냈다. 이들에게 아프리카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한때 삶의 근거지였던 셈이다.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이 두 사람이 그 땅과 사람들을 카메라와 펜을 통해 지면에 옮겨놓은 것이다. 아프리카 아이들과 거대한 자연, 동물들의 고요한 생명력을 76컷의 사진에 생생히 담았다. 또한 49편의 시에는 에이즈와 굶주림, 그리고 인간끼리의 폭력으로 그림자가 짙어져가는 이 땅에 대한 연민이 깃들어 있다.

    이 책의 인세와 수익금은 아프리카인과 자연보호를 위한 민간구호단체 ‘피스프렌드’를 통해 현지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김중만 사진·황학주 시/ 생각의 나무 펴냄/ 고급판 172쪽, 보급판 180쪽/ 고급판 2만원, 보급판 9500원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참호에서 보낸 1460일’

    인문학자와 생물학자 ‘인간’을 논하다
    가을과 트렌치코트(trench coat). 낭만적이면서 이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영국군이 참호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입던 야전 코트를 말한다. 가장 비참한 전쟁에서 가장 낭만적 아이콘이 탄생한 것.

    1차대전은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기에 강력한 기억을 남기지 않았다. 1차대전은 참호 전쟁이다. 전쟁 초기, 병사뿐 아니라 수뇌부도 일주일이면 전쟁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기관총이 등장하면서 전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진다. 양측은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점점 더 깊은 구덩이를 파고 자리를 지켰다. 그 기간이 무려 1460일. ‘참호’ 무덤이 전쟁터 곳곳으로 이어져 수천km에 달했다.

    참호 속에서는 날마다 전쟁이 벌어졌다. 병사들은 참호 속에 서식하는 쥐들과 이는 물론 여름이면 시체에서 나는 악취, 파리 떼와 지긋지긋한 싸움을 치러야 했다. 진흙과 비는 적보다도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그 지루했던 참호 속 1차대전의 참상이 사진과 함께 살아난다.

    존 엘리스 지음/ 정병선 옮김/ 마티 펴냄/ 352쪽/ 1만4500원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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