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2

2005.04.26

남보다 반걸음만 앞서가라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5-04-19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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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보다 반걸음만 앞서가라

    김영호 지음/ 새로운 제안 펴냄/ 232쪽/ 1만원

    “튀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나 두 발 앞서 미리 튀거나 너무 심하게 튀면 실패한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는 살아났지만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튀는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생존 필수조건이다. 그렇다면 톡톡 튀는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발상의 전환과 이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기존 방법과 확연히 다른 것을 말한다. ‘톡톡 튀는 마케팅’은 20여년간 유통업계에 종사한 저자가 다양한 경험과 마케팅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튀는 마케팅의 선결조건은 트렌드를 읽는 눈이다. 트렌드는 어느 날 갑자기 ‘짱’ 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 가운데 앞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칠 큰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다. ‘대머리 방지 제품’은 한 발 앞서 남자들도 외모에 신경 쓰는 시대를 읽어내 대박을 창출한 대표적 제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웰빙(참살이)과 유비쿼터스 열풍이 불었다. 올해는 무엇이 유행을 주도할까. 저자는 건강한 가정 만들기, 테러 대비, 리사이클, 모바일, 싱글족, 디자인 중심 관련 상품 등이 뜬다고 예측한다.

    “톡톡 튄다고 모두 다 성공할까. 튀는 것에도 원칙이 있다. 먼저 가장 빨리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다. 지금은 스피드 시대다. 남들이 다 하는 일은 튀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는 뒤집어서 시장을 보아야 한다.”



    뻔한 이야기지만 고정관념을 넘어 역발상을 시도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나서야 대박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또 하나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고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튀어서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튀어서 망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남보다 반걸음만 앞서면 돈을 번다는 말은 마케팅의 기본이다. 저자 자신이 너무 앞서가 실패한 경험을 풀어놓는다.

    1998년 보건복지부에서 허례허식 혼례문화를 바꾸기 위해 오후 3시가 넘으면 결혼식에 식사대접을 금지하는 법안을 입안한다. 1년 전인 97년 결혼답례품 시장이 뜰 것이라고 판단한 저자는 답례품 판촉물 시장을 두드린다. 그러나 오후 3시 이후 식사대접을 금지한 법안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로 없었던 일로 돼버렸다. 돈과 노력을 들여 준비했던 저자는 쓴맛을 본다.

    21세기는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볼 수 없는 디지털 컨슈머 시대다.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소비행태를 보일 것이다. 디지털 컨슈머들은 푼돈에 연연해하지 않지만 유통구조의 구조적인 부조리를 묵과하지 않는다. 또한 각종 상품을 비교 평가하는 사이트에서 신상품 정보를 미리 보는 등 인터넷을 적절히 활용, 개인이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한다. 물론 상품 또는 서비스 정보를 소극적으로 얻지 않는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한 구매도 예상된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가를 초월하는 소비형태를 보이며 소비자 주권을 세울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소비자가 즐겁게 이용하는 서비스, 즉 나만의 상품을 요구할 것이다. 별 고민 없이 만들어진 제품은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인간의 오감과 더 나아가서 육감까지 건드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9·11 테러 이후 플라스틱 자물쇠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프리바실(Priva-Seals) 또는 스토펠실(Stoffel-Seal)로 알려진 이 제품은 엄격해진 공항 검색의 산물이다. 가위로 쉽게 잘리고 힘을 주면 찢어지기도 한다. 미 연방정부 또한 플라스틱 자물쇠 5000만개를 주문했다고 한다. 화물을 검색할 때 빨간색으로 부착했다 짐 검사가 끝나면 파란색을 갈아 끼워 짐이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짐 검사의 효율성을 기한다고 한다.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반걸음 앞선 마케팅의 결과다. 마케팅은 톡톡 튀어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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