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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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초월한 지구촌 웰빙 지침서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4-01-09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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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초월한 지구촌 웰빙 지침서
    2003년 지구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세계화 현상들을 겪었다. 그 가운데서도 절망적인 상황이주를 이루었다. 유례없는 반전열풍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 테러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으며,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개발도상국들이 강대국의 일방적인 경제 세계화에 반발해 결렬되고 말았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를 미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거부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희망도 샘솟았다. 최근 이란에 엄청난 지진 피해가 발생하자 세계 각국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의 수많은 선량한 손길이 지구 저편의 곤궁한 이웃을 돕고 있다.

    자국의 사소한 일 하나도 그 나라만의 문제일 수 없는 지구촌 시대다. 이제 문제는 세계화의 수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세계화를 진행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실천윤리학의 거장인 피터 싱어는 근저 ‘세계화의 윤리’(원제 One World: The Ethics of Globalization)에서 “우리가 어떻게 전 지구화의 시기를 잘 겪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윤리적 문제다”라고 지적한다. 윤리적 문제라는 것은 예컨대 우리 개인적으로는 가난하고 약한 나라를 돕는 윤리의식이, 세계 전체로는 합법적인 노동기준과 환경기준을 ‘잘 관리할’ 지구적인 단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전 지구적 공동체 윤리를 가지려면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제까지 전가의 보도처럼 중시된 ‘민족국가(nation-state) 중심 시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 이제까지 우리들의 행동윤리는 국가라는 공동체 범위 안에서의 일이었다. 그러나 국가간의 통합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를 만큼 세계화가 진척된 상황에서 민족국가 중심 개념은 세계를 힘의 논리에 따라 비윤리적으로 재편할 방편이 될 수 있다.



    피터 싱어는 미국을 그 예로 든다. 미국이 강제하는 전 지구적 평화주의인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아무리 건전한 원칙과 고매한 이상을 가졌어도 전 세계 60억 인구의 지구를 3억 인구의 나라가 지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독재적으로 행사하는 권력을 막을 견제와 균형의 장치도 없는 상황은 우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보인 그간의 행동을 보면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싱어는 꼬집는다. 예컨대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것은 대표적인 이기주의의 사례라는 것. 또한 집단살해죄와 인도에 반하는 죄로 기소된 자들을 재판하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에 미국이 반대하는 행동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한 논리였던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필요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은 무엇일까. 싱어는 크게 네 가지 주제를 살펴보고 그 방법들을 제시한다. 첫째, 지구온난화 문제.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를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주고,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와 같은 강대국의 전횡을 막기 위해 국제기구의 강화를 제안한다.

    둘째, 환경과 인권 등의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며 국가 주권에까지 개입해온 WTO를 개혁하기 위해 노동자의 권리 옹호, 환경 보호, 동물권리 보호 등에 대한 전 지구적 기준과 이를 시행하는 기구를 마련하자는 것.

    셋째, 집단살해 등 개별 국가의 특정 사안에 대한 국제적인 개입은 어떤 경우에 가능한지를 제시한다. 그 결정은 반드시 한 국가가 아니라 합당한 절차에 따라 유엔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왜 비윤리적인지를 짚어내는 대목이다.

    넷째, 지구상의 극빈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이 GNP의 1%를 해외원조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 그 방식은 정치적 목적이 아닌 저소득국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적인 ‘하나의 세계’를 위한 싱어의 생각은 구체적이면서도 이상적이다. 그래서 어려운 수치와 논리가 전개되면서도 호소력이 있다. 마치 존 레논이 ‘이매진(Imazine)’에서 ‘나라가 없다고 상상해본다 … 온 세계를 함께 나누는/ 모든 사람을 상상해본다’고 노래했듯, 그도 이 책을 통해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노래 부르고 있다.

    피터 싱어 지음/ 김희정 옮김/ 아카넷 펴냄/ 313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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