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7

2003.06.05

성숙한 중년·성공한 노년 준비법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3-05-29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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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숙한 중년·성공한 노년 준비법
    마치자와 시즈오 교수(릿쿄대·정신의학)는 56세의 나이에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며 ‘마흔의 의미’를 썼다. 그는 만 스무 살에 성인식을 치르지만 사실 40세 전후가 돼야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진정한 성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30대는 진정한 성인이 되기엔 부족한 나이인가. 30대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이 일치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현실적으로 재조정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매우 생산적인 40대를 맞이할 수 있고, 인생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40대가 되면 자신의 인생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한다. 승리자가 될 것인지 패배자가 될 것인지. 만약 자신을 패배자로 인식할 경우 자신감을 상실하고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거꾸로 청년기의 원대한 꿈을 끌어안은 채 자기는 더 많은 능력이 있다는 착각에 빠져 언제까지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특히 40세 전반부는 ‘중년으로 향하는 과도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외부세계와의 연관성을 줄이고 자신의 내부세계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세속적인 싸움에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자신과의 싸움에 더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하는 때다. 시즈오 교수는 ‘마흔의 의미’에서 자신이 경험한 40세의 위기와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성숙한 40대를 준비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성숙한 성인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인다”였다.

    ‘채근담’에는 “사람을 보려거든 그 후반생을 살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후반부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남자의 후반생’을 쓴 모리야 히로시는 마흔을 꼽는다. 그리고 중국 역사에서 인생을 늦게 꽃피운 사람들을 헤아려보았다. 중이, 공자, 공손홍, 주매신, 위징…. 중이는 진나라의 왕자로 태어났으나 왕위 계승 분쟁에 휩쓸려 19년간의 망명생활을 했다. 마침내 왕위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 예순둘. 언젠가 귀국해 정국을 쇄신해보겠다는 목표를 잃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춘추시대 말기에 태어난 공자는 높은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생하다 쉰한 살에 비로소 벼슬길에 올랐다. “마흔에 미혹되지 않게 되었고, 쉰에 이르러 천명을 알게 되었다”는 공자의 말은 사실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한 말이었다. 미혹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는 말이고, 천명을 알았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다는 의미다.

    한무제 때 승상을 지낸 공손홍에게는 두 가지 놀라운 이력이 있다. 젊은 시절 돼지를 치다 국가 최고위직인 승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것, 그리고 그가 처음 관직을 받았을 때가 예순 살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번 물러났다 예순여섯 살에 다시 승상이 되었고 팔십에 세상을 떠났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바로 공손홍을 두고 하는 말.

    오나라 사람 주매신은 가난해서 굶기를 밥 먹듯 했고 책을 읽다 배가 고프면 노래를 불렀다.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아내에게 그는 “조금만 참아주게. 나는 쉰 살만 되면 부귀공명을 얻을 것이야. 이제 마흔을 넘겼을 뿐이지 않은가”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참지 못한 아내는 이혼을 선언하고 떠나버린다. 우연한 기회에 한무제를 알현하게 된 주매신은 춘추와 초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드러냈고, 이를 들은 무제가 그에게 시중 벼슬을 내렸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남자의 후반생’은 중국사에 족적을 남긴 스물두 명의 멋진 후반생을 통해 삶의 지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이 책은 옮긴이의 말까지도 놓치기 아깝다. “나처럼 조금 늙어가는 축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약간의 발악이 필요하다. 즉 나는 아직 젊다고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남자건 여자건, 그런 발악은 아름답다”고 했다. 다만 그것이 추악해 보이는 경우는 탐욕이 개재되었을 때라는 충고에도 귀 기울이자. 침대에 누워 가볍게 잡은 책에서 건져올린 명구다.

    남자의 후반생/ 모리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푸른숲 펴냄/ 232쪽/ 1만1000원

    마흔의 의미/ 마치자와 시즈오 지음/ 이정환 옮김/ 나무생각 펴냄/ 184쪽/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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