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6

2014.09.29

그림이 된 벌거벗은 행위예술

마류밍 개인전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09-29 11:0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림이 된 벌거벗은 행위예술
    마류밍(44)이라는 작가가 있다. 벌거벗은 ‘몸뚱이’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중국 현대미술가다. 그는 1998년 나체로 만리장성을 횡단했다. 심지어 여장을 한 채였다. 짙은 화장과 치렁치렁한 장신구 차림의 마류밍이 거대하고 견고한 성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은 많은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광경은 이듬해 베니스비엔날레에도 소개됐다.

    여자 얼굴을 한 남자의 누드 퍼포먼스는 마류밍의 상징과도 같다. 그는 1993년부터, 때로는 체포와 구속을 당하면서도, 이런 방식의 행위예술을 계속해왔다. 평소 마류밍과 다른, 퍼포먼스를 할 때 나타나는 여성적 자아에게는 ‘펀·마류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본명 앞에 ‘분장하다(芬)’와 ‘분리되다(分)’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 ‘펀’을 더한 것이다. 여성으로 ‘분장’한 마류밍이자, 그에게서 ‘분리’된 또 다른 예술가 펀·마류밍은 권위적인 사회에 맞서는 예술적 은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올가을,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서 마류밍과 펀·마류밍을 만날 수 있다. 1990년대의 퍼포먼스 영상부터 최근의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마류밍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마류밍의 뮤즈였던 펀·마류밍은 2004년 그의 곁을 떠났다. 마류밍이 나이가 들면서 체형이 변하자, 펀·마류밍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으려, 다시는 그의 이름으로 퍼포먼스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마류밍은 펀·마류밍의 ‘화양연화’를 기록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펀·마류밍은 1990년대 후반부터 수면제를 복용한 뒤 반쯤 잠이 들고 반쯤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관람객과 사진을 찍는, ‘반수면 상태의 여장 나체 퍼포먼스’를 펼쳤다. 독일 뒤셀도르프, 스위스 제네바, 우리나라 광주 등 세계를 돌며 이어간 이 연작 퍼포먼스의 ‘순간’을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 최근 마류밍이 주력하는 작업이다.



    당시 전시회를 기록한 영상을 보면 여자 얼굴에 남자 몸을 한 작가가 완전한 나체 상태로 의자에 앉아 있다. 수면제에 취한 듯 축 늘어져 있는 그를 처음엔 멀찍이 서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다가와 몸을 만져보거나 기념사진을 찍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몸을 덮어주기도 한다. 마류밍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이런 장면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펀·마류밍 자체보다 이 퍼포먼스에 참여한 관객의 모습, 즉 저항할 수 없는 벌거벗은 육체 앞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초점을 맞춘 마류밍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 10월 5일까지, 문의 02-720-1524.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