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2008.03.04

까다로워지는 컬렉터의 눈 작품 업그레이드 필요

  • 이호숙 아트마켓 애널리스트

    입력2008-02-27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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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다로워지는 컬렉터의 눈 작품 업그레이드 필요

    이우환(1936~ )의 ‘조응’. 100호 크기인 이 작품은 서울옥션 제2회 컨템포러리 경매에서 추정가를 뛰어넘는 4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호(53×45 cm) 크기의 작품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10호를 기준으로 그보다 조금 큰 12호, 15호까지는 거래가 수월하게 이뤄졌으나 이보다 큰 작품은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근래 들어서는 컬렉터의 구매성향이 많이 변하고 있다.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50호, 60호 심지어는 100호가 넘는 작품이라도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우환의 ‘조응 시리즈’를 구매한다면 ‘조응’이라는 철학적 이념이 최고조로 발현될 수 있는 작품 크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큰 화면에 한두 개의 점이 있을 뿐인 작품임에도 점의 크기와 공간의 크기, 점과 점 사이의 여백, 점의 위치 등을 모두 고려해 최소한 어느 크기 이상은 돼야 한다는 논리다. 하얀 캔버스에 단 몇 개의 점이 찍혀 있을 뿐인 그의 작품이 꽉 차 있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주도면밀하고 완벽한 공간의 활용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점점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컬렉터들은 안목이 높아질수록 작품 크기 같은 외적 요인보다는 작가와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작품을 깊이 파고들게 된다. 이런 연구과정을 거치며 특정 작가에 대한 전문 컬렉터로 자리잡게 되고, 작가가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발견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후원자로 커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드라마틱한 꿈을 꾸었던 미술 투자자 겸 컬렉터들이 향후 지향하는 바는 이처럼 작가와 함께 커나가는 전문 컬렉터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들은 물론 그림을 사고팔면서 큰 수익률을 챙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의 수익률은 시장이 호황기일 때조차 그림을 팔지 않고 컬렉션을 유지하는 명망 있는 컬렉터들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이렇게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고 난 후, 이제 컬렉터들은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계획하고 있다. 그들은 좀더 큰 자본으로 장기적 계획을 세워 새로운 컬렉션을 시작하고자 한다. 한 작품을 사더라도 작가의 전체 작품 중 마스터피스급에 속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꼼꼼히 살피는 진중한 태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컬렉터의 눈이 높아지는데도 작품을 공급하는 갤러리나 신생 옥션의 작품 선정은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미술시장이 냉각기처럼 보이는 것이다. 초보 컬렉터들이 초보라는 타이틀을 벗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초보 컬렉터들을 위한 상차리기에만 고심해서는 시장의 수준이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공급자들은 컬렉터의 수준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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