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1

2007.09.04

사극 거장 '이병훈 PD “시청자는 변덕쟁이 그 마음 아직도 몰라”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입력2007-08-29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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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 거장 '이병훈 PD “시청자는 변덕쟁이 그 마음 아직도 몰라”
    “억지로 울지 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야지.” “송연아, (목)소리가 높으면 의지가 약해 보이잖아. 다시.”

    8월10일 밤 MBC 여의도 본사 3층 드라마 대본연습실. ‘대장금’의 이병훈 PD가 새 사극 ‘이산 정조’의 아역들과 함께 3시간째 대본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예순셋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 PD의 목소리는 열정적이었다. 주인공 이산 정조의 아역을 맡은 박지민 군과 평생을 같이하는 두 친구 송연, 대수 역의 아이들은 맹연습에 졸린 눈을 비비고 하품을 하면서도 대사를 일일이 받아쳐주며 감정 톤까지 잡는 ‘할아버지’를 따라 목이 잠길 정도로 열심히 대사를 읽었다.

    ‘허준’ ‘상도’ ‘대장금’ ‘서동요’에 이어 이번에는 조선 영정시대를 조망하는 ‘이산 정조’를 준비 중인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 방영 예정일(9월17일)은 어느덧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 PD의 부인은 “이번에도 촬영하다 다치면 이젠 정말 연출 그만두라”고 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장금’ 때는 어깨가 부러졌고 ‘서동요’ 때는 머리를 꿰맸다. 하지만 출사표를 내미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어쩌겠어요. 조심조심해도 안 될 때가 있는데….(웃음) 평소 홍삼을 장복하고 근 몇 년간은 아침에 일어나 30분 동안 맨손체조를 하며 체력을 유지했죠. 특별히 부담되는 건 없어요.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끝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대장금’에 대한 반응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식을 줄 모른다. 이 PD의 말이다.

    “한 20일 전인가요. 이란 국영 TV의 시사물 프로그램 제작진이 절 찾아왔어요. 글쎄, 이란에서 ‘대장금’을 방영하는데 시청률이 86%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에 대한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국을 찾아왔대요. 시청률 86%가 믿어지지 않아서 ‘진짜냐’고 물었더니 거리에 택시가 하나도 없다고 하네요, 허허.”

    그가 만들 새 사극은 조선시대 영정조에 대한 이야기다. 이 PD는 영조와 정조를 조선 최고의 왕으로 평가한다. 세종대왕이 좋은 조건에서 업적을 남긴 것과 달리, 정조는 왕이 된 뒤 줄곧 암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도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등에 걸쳐 최고 업적을 이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 탕평책이나 수원성, 자유시장제도 도입, 천주학 인정 등의 공은 오늘날에도 평가받는 것이고, 이런 정조의 업적은 할아버지인 영조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허준’ ‘대장금’ ‘서동요’ 이어 ‘이산 정조’로 시청률 사냥 나서

    시청률 50%를 넘겼던 ‘허준’이나 ‘대장금’에 비교하면 20%대에 머물렀던 전작 ‘서동요’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다고 ‘서동요’가 실패한 작품은 아니었다. 지난해 전체 시청률 순위 8위를 했으니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PD에게 거는 사람들의 기대는 ‘허준’이나 ‘대장금’에 맞춰져 있다. 그만큼 이 PD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높다.

    이 PD에게 “왜 다른 PD들은 기피하는 사극만 고집하는지” 물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허준’ 이후 ‘옷은 사극이되 내용은 현대물처럼’이란 컨셉트로 만들게 됐다. ‘허준’을 찍을 때 학생들이 촬영장에서 500명씩 따르는 광경을 보고 연출자로서 감격스러웠다. 또 학교 선생님들이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줘서 교육에 도움을 받는다고 얘기하는 걸 들으며 보람을 느꼈다.”

    30여 년 동안 드라마 현장에서 시청자를 울렸다 웃겼다 했지만 그는 흥행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시청자는 정말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것. 그는 “30년 넘게 연출한 나도 그들의 기호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아니, 이게 왜 이렇게 인기가 좋아’하고 놀랄 때도 있고, 엄청 공들인 부분에서는 너무 반응이 없어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지금도 내가 하는 작업이 과연 시청자에게 맞게 가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긴장될 때가 많다”며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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