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1

2008.01.29

14세기 여행가의 12만km 여정 뒤쫓기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8-01-23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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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세기 여행가의 12만km 여정 뒤쫓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최신작 ‘이븐 바투타의 놀라운 여행’은 이슬람 문화의 부흥기인 14세기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의 40개국 12만km를 30여 년에 걸쳐 여행한 이븐 바투타의 여정을 되짚어본 다큐멘터리다. 총 3부작인 이 다큐멘터리는 10여 년간 이븐 바투타 연구에 몰두한 영국인이자 기독교인인 팀 마킨토시 스미스가 이븐 바투타의 여행경로를 따라가면서 체험한 내용을 담았다.

    스미스는 “마르코 폴로의 3배가 넘는 거리를 여행한 이븐 바투타의 모험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모험 중 하나로 꼽힌다”며 “다큐멘터리를 통해 서구세계가 이슬람에 갖고 있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내셔널지오그래픽 측은 “이슬람에 대한 획일적,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븐 바투타를 따라가는 스미스의 그림자 여행을 통해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바뀔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븐 바투타는 모로코 사족(士族)의 자손으로, 이슬람 문화 속에서 철저하게 교육받고 자랐다. 그런 그가 여행을 떠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놀라운 여행’은 이슬람의 종교 의무였던 메카 성지순례를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14세기는 이슬람이 절정기를 누린 때로 세계의 절반 이상이 이슬람 통치하에 있었다. 이슬람만이 최고라고 믿던 이븐 바투타에게 성지순례는 문화적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이 아닌 세계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이후 길고 먼 여행에 몸을 맡긴다.



    여행에서 돌아온 이븐 바투타는 ‘리흘라’라 불리는 여행기를 집필한다. ‘리흘라’를 통해 그는 자신이 보고 겪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설명하는가 하면 지배층과 통치방식, 귀족층의 사치와 비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의식주와 생활습관, 각종 전설과 민담 등도 소개했다. 스미스의 ‘…놀라운 여행’의 여행경로는 바로 ‘리흘라’에 언급된 것과 동일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CJ미디어 김대희 씨는 “‘리흘라’를 읽은 이들에겐 생동감을, 읽지 않은 이들에겐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라며 “이븐 바투타가 걸었던 과거의 이슬람 문화와 스미스가 걷는 지금의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순간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17일 방송에서 여행을 통한 지식 추구야말로 이슬람의 핵심 교의임을 깨달았던 스미스는 24일 방송될 2화 ‘해상 실크로드’에서 힌두 문명이 지배하는 인도와 공산국가인 중국에서 이슬람이 숨쉬는 곳을 탐험하고, 14세기 중국으로 이어지는 해안 실크로드를 따라 형성됐던 이슬람 무역의 흔적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마지막 편인 ‘이슬람 문화의 신비’(1월31일 방송)에서는 그가 터키를 지나 크림반도와 인도를 여행하는 전 과정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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