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7

..

폭탄 테러범 누명을 벗어라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10-19 17:4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폭탄 테러범 누명을 벗어라

    ‘트래블러’

    XTM이 10월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트래블러(Traveler)’는 의외의 성과물이다. 이 프로그램의 방영 시점을 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방송계에서 5월은 전년도 가을 시즌에 선보였던 작품들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가을에 선보일 대작들의 진용을 가다듬는 휴가철에 비유되는데, 그만큼 이때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방송사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작품 또는 새로운 시도 정도로 읽힌다. ‘트래블러’가 그랬다.

    그러나 5월30일 ABC 방송을 통해 ‘트래블러’ 첫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을 때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대 미디어그룹 트리뷴을 모그룹으로 하는 온라인 뉴스 ‘Zap2it’은 “2006~07 시즌에 방송된 최고 시리즈 중 하나”라고 했으며, ‘뉴욕 타임스’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시리즈”라고 평했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ABC는 13부작이던 시리즈를 8부작으로 축소해 7월18일 종영했다. ‘24’ ‘프리즌 브레이크’ 등 비슷한 스릴러물이 보통 한 시즌에 20여 회 에피소드로 편성되는 것에 비하면 짧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완성도만큼은 어느 스릴러물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청자들도 “‘프리즌 브레이크’의 짜임새와 ‘24’의 긴박감을 모두 갖춘 스릴러물”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들은 팬 커뮤니티를 형성해 시즌2의 제작을 요구하는 e메일과 성명서 등을 ABC 방송사 홈페이지와 드라마 소개가 등록된 ‘IMDB’ 사이트 등에 꾸준히 게시하고 있다.

    ‘트래블러’는 두 명의 예일대 졸업생이 박물관 폭탄 테러범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액션 스릴러로, 인기 시리즈 ‘트루 콜링’의 매튜 보머와 ‘The O.C’의 로건 마셜 그린, 영화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파이로 역을 맡은 아론 스탠퍼드 등 낯익은 배우가 다수 출연한다. 연출은 ‘X-파일’ ‘슈퍼내추럴’ 등 내놓는 작품마다 인기를 얻은 데이비드 너터 감독이, 극본은 썰매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한 ‘에이트 빌로’의 작가 데이비드 디길리오가 맡았다.

    ‘트래블러’는 진실들이 모여 새로운 미궁을 형성하는 묘한 구조의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은 믿을 수 없는 진실과 믿을 만한 음모가 뒤죽박죽 섞였을 때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한 걸음 전진한다. 타일러와 제이를 박물관으로 이끈 윌이 사실 음모를 꾸민 ‘컴퍼니’의 일원이었으며 타일러 일행을 도와주던 타일러의 아버지 칼트 역시 ‘컴퍼니’와 연관돼 있었던 것은 쉽게 밝히지만 ‘컴퍼니’의 존재만큼은 비밀로 숨긴다거나, 음모론의 최대 피해자로 묘사되는 두 주인공과 관련된 의혹이 담긴 단서를 곳곳에 배치해 그들의 결백을 의심하게 만드는 식이다.



    10월17일 방송될 3, 4편에서 타일러 일행은 윌을 찾아 그의 고향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박물관 폭발사건 뒤 윌과 함께 도주하기로 했던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