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6

2007.10.16

반전 거듭 숨막히는 두뇌싸움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10-15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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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 거듭 숨막히는 두뇌싸움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챔프가 10월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데스노트’는 2006년 일본열도를 달군 최고의 화제작이다. ‘인형조종사 사콘’과 ‘고스트 바둑왕’(원제: 히카루의 바둑)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만화가 오바타 다케시와 스토리 작가 출신 오바 쓰구미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 ‘데스노트’는 일본의 3대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슈에이샤의 인기 잡지 ‘소년점프’에서 2003년 8월 단편으로 첫선을 보인 뒤 2006년 총 12권으로 완결된 작품으로, 첫 단편이 나온 직후부터 완결까지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화제가 됐다.

    제목이기도 한 ‘데스노트’는 인간계로 건너온 사신(死神) 류크가 떨어뜨린 것으로,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죽음의 노트를 말한다. 이야기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우수한 성적을 가진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가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노트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던 라이토는 이 노트를 이용해 세계의 범죄자들을 모두 죽여 깨끗하고 선한 세상의 신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갑자기 범죄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나자, 인터폴에서는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명탐정 ‘L’을 고용한다. 세상의 악을 모두 없애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는 라이토와 아무리 대의에서 비롯됐다 할지라도 살인은 살인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L은 끊임없이 설전을 벌인다.

    ‘데스노트’의 묘미는 서로가 정의라고 믿는 라이토와 L이 벌이는 숨막히는 두뇌싸움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보여주는 데 있다. 그러므로 ‘데스노트’의 가장 큰 매력을 치밀한 시나리오로 꼽는 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년만화의 일반적인 법칙으로 꼽히는 우정, 노력, 승리의 주제를 정면으로 비튼 점도 칭찬할 만한 요소다. 기존 소년만화가 격투나 전쟁을 빈번하게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인간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것(주인공의 싸움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원피스’나 ‘드래곤볼’ 등에서도 주인공이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장면이나, 죽음을 확인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과 달리 주인공이 ‘적극적인’ 살인자로 설정된 것은 조금 의외다. 라이토가 자신의 행동에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 까닭에 일본에서 방영되는 동안 도덕적인 찬반양론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이슈가 됐다.

    제작을 맡은 매드하우스는 1998년 ‘카드캡터 체리’를 제작해 인지도를 얻은 곳으로, 2006년에는 ‘나나’와 ‘블랙 라군’ ‘채운국 이야기’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애니메이션들을 선보였다. 감독은 매드하우스 소속 연출가 아라키 데쓰로가 맡았다. 그는 2005년 ‘전설의 총사 빨간 망토’ OVA로 데뷔한 신예 연출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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