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1

2007.09.04

아메리칸드림의 허와 실 꼬집기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8-29 18: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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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드림의 허와 실 꼬집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 드라마들 중에는 미국 중산층의 허영심과 가식, 또는 ‘아메리칸드림’의 허와 실을 풍자하는 작품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돼 큰 인기를 얻은 ‘위기의 주부들’ ‘식스 핏 언더’와 일부다처제를 소재로 해 미국에서 화제가 된 ‘빅 러브’ 등이 그것. 케이블의 영화·오락 전문 채널 XTM이 9월3일 시작하는 ‘더 리치스(The Riches)’도 이런 분위기에서 제작됐다.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에디 이자드가 주인공으로 열연한 ‘더 리치스’는 2007년 3월 FX가 새롭게 내놓은 시리즈. 독특한 설정과 탄탄한 내러티브에 에디 이자드, 미니 드라아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시즌1이 끝난 6월 이미 시즌2(2008년 방영 예정) 제작이 확정됐다.

    이야기는 웨인 멀로이(에디 이자드 분)의 아내인 달리아(미니 드라아버 분)가 2년간의 형을 마치고 형무소에서 나오면서 시작된다. 가족 상봉의 기쁨도 잠시, 달리아는 감옥에서 얻은 마약중독으로 고생하고, 나머지 가족은 사회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자신들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결국 이들은 동족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기로 한다. 족장의 금고에서 돈을 훔친 웨인은 도주 중 앞서가던 BMW 차량과 사고를 내 차에 타고 있던 부부를 죽게 한다. 당황한 멀로이 가족은 죽은 부부로 위장해 미국 중산층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당연히 우여곡절 끝에 웨인 일가가 부자가 되는 것(혹은 부자 행세를 하게 된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다. 문제는 그 뒤부터다. 중산층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그들의 부자 행세가 평탄하게 지속될 리 없기 때문이다. ‘더 리치스’의 관전 포인트는 이들이 부자가 된 과거가 아니라, 부유한 중산층으로 살고 싶어하는 그들의 현재에 있다. ‘더 리치스’는 멀로이 가족이 꾸며내는 기발한 거짓말과, 언제나 웃음으로 그들을 대하지만 뒤돌아서면 그들의 정체를 의심하는 이웃들의 모습을 자주 교차한다. 멀로이 가족의 능청스러운 부자 행세는 그 자체로 웃음을 자아내며 이 시리즈의 정체가 코미디임을 입증한다. 하지만 집 안 깊숙이 ‘더러운 빨랫감을 숨기고’ 사는 위기의 중산층을 드러내는 ‘더 리치스’의 시선은 매우 날카롭다. ‘더 리치스’를 “미국 땅에 정착하지 못한 유목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메리칸드림’의 허와 실을 신랄하게 묘사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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