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2007.05.22

뻔한 가족 이야기가 주는 진한 감동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5-16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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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가족 이야기가 주는 진한 감동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가 인기다. 장혁 공효진 서신애 등이 출연하는 ‘고맙습니다’는 각박한 현실에 들려주는 삶에 대한 찬가다. ‘고맙습니다’의 주인공들은 삶이 아무리 그들을 힘들게 해도 포기하거나 투덜대지 않는다. 오히려 “고맙습니다”라고 소리 높여 말한다. 20% 남짓한 시청자들은 이제라도 우리 앞에 나타나준 그들에게 감사인사를 되돌린다. 이것이 우리가 드라마 ‘고맙습니다’를 반기는 진짜 이유다.

    매 시즌 수십 편의 새 드라마 시리즈를 선보이는 미국 방송가에도 지독한 사랑 이야기나 화려한 액션이 넘쳐나는 수사물이 아니어도, 성적인 코드를 넣지 않아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드라마가 있다. ‘앨리어스’를 제작한 켄 오린과 ‘웨스트 윙’의 제작자 존 로빈 바이츠, ‘에버우드’의 그렉 벨란티가 제작을 맡은 ‘브라더스 · 시스터스’가 그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후 가족의 참의미를 깨달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브라더스 · 시스터스’는 미국 ABC채널에서 2006년 9월24일 파일럿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된 뒤 현재 미국에서 1시즌이 인기리에 방영 중인 가족드라마다. 지금까지 총 22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됐는데, 1시즌은 5월 말 모두 24개의 에피소드로 끝맺을 예정이다. 시즌1에서 예상 밖의 재미를 본 ABC는 3월 시즌2의 방영을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브라더스 · 시스터스’를 관통하는 주제를 꼽는다면, 아버지가 남긴 ‘오하이 식품’을 함께 운영하게 된 가족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런 설정은 어찌 보면 통속적인 휴먼드라마의 공식을 답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브라더스 · 시스터스’는 일반 가족드라마처럼 가족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감동적인 것은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우리 모습을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들도 우리처럼’ 저마다 나름의 문제가 있으며, ‘그들도 우리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그리고 가족은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을 때 꺼내들 수 있는 유일한 히든카드지만, 동시에 그 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브라더스 · 시스터스’가 말하려는 것은 좀더 확실해진다. 가족과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빌려줄 어깨를 가진 그들과 어떻게 공존하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브라더스 · 시스터스’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이해해주거나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까 함께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주인공들이 이를 조금씩 깨달을 즈음 우리에게도 가족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는 것, 이것이 ‘브라더스 · 시스터스’에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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