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5

2007.05.15

두 ‘나나’의 사랑 그리고 이별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5-09 1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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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나나’의 사랑 그리고 이별
    ‘내 남자친구 이야기’와 ‘파라다이스 키스’로 순정만화계에서 수많은 팬을 확보한 야자와 아이의 원작 ‘나나’의 애니메이션 버전이 케이블 채널 챔프를 통해 전파를 탄다. 애니메이션은 총 47회로 첫 시즌이 끝나지만, 원작은 일본의 3대 메이저 출판사 중 하나인 슈에이샤의 잡지 ‘Cookie’에 아직 연재되고 있다. 원작의 경우 현재 단행본으로 16권(국내에는)까지 출간됐는데, 발매될 때마다 역대 판매부수 기록을 깨뜨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3년에는 일본 최고 권위의 ‘소학관 만화상’을 받았다. 순정만화로서는 드물게 각계각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나나’는 특히 뮤지션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어 트리뷰트(헌정) 앨범이 발매되기도 했다.

    ‘나나’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도쿄로 출발하는 동갑내기 두 나나의 사랑, 이별,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도쿄에 가 있는 남자친구와 함께 살기 위해 신칸센에 오른 ‘고마츠 나나’(하치)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상경하는 ‘오사키 나나’와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을 계기로 친구가 된다. 폭설로 열차가 지연되면서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한때 블랙스톤이라는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한 오사키 나나는 자신의 꿈을 위해 남자친구 렌과 이별한 사연을, 고마츠 나나는 대학시험에 떨어져 남자친구가 있는 도쿄로 상경하는 사연을 이야기한다. 도쿄에 도착한 뒤 둘은 바로 헤어지지만,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재회해 룸메이트가 된다. 붙임성 좋고 착한 고마치 나나와 자존심 강하고 과거에 대한 상처가 있는 오사키 나나는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나나’를 관통하는 주제를 꼽는다면,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끝없이 방황하던 이들이 노래와 사랑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순정만화 ‘나나’는 꿈속에서라도 장밋빛 사랑을 꿈꿔보라고 권하는 대신, 팍팍한 현실 속에 희망이 자라고 있으니 결코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말라고 다독여주는 쪽이다. 이는 주옥같은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짊어질 수 있는 대로 짊어지려고 하지 마. 양손 가득 들고 있으면 중요한 순간에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아무리 반복해서 상처를 입어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헛된 게 아니지?” “사람은 살아가는 만큼 중요한 짐이 늘어가는 거야. 생각한 대로 움직일 수 없게 돼가는 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함께 보듬고 갈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해지는 거야.” ‘나나’가 연예계와 밴드라는 조금은 비일상적인 내용을 다룸에도 놀랍도록 일상적인 이유는 이처럼 현실을 꿰뚫는 명대사가 있기 때문이다.

    개국 2주년을 맞아 심야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한 챔프는 ‘나나’의 방영이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극장판 및 일본의 최신 TV 시리즈에 대한 방영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 블록을 편성해 다른 애니메이션 채널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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