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2

2007.04.24

색안경 벗긴 ‘레즈비언의 삶’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7-04-18 19:4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색안경 벗긴 ‘레즈비언의 삶’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드라마 ‘L워드’(13부작)의 두 번째 시즌이 온스타일을 통해 방송된다. ‘L워드’는 레즈비언 커플 벳(제니퍼 빌스 분)과 티나(로렐 홀로먼 분)를 중심으로, 이성애자 제니(미아 커시너 분)와 제니를 좋아하는 마리나(카리나 롬바드 분), 유명세 때문에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테니스 선수 데나(에린 다니엘스 분), 양성애자 앨리스(레이샤 헤일리 분) 등이 겪는 삶과 사랑, 이별, 순탄치 않은 가족사 등을 그리는 스케치다.

    미국 케이블 채널 쇼타임을 통해 2004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L워드’는 미국 여성 커뮤니티 ‘애프터 엘렌’(www.afterellen.com)으로부터 ‘2004 최고의 TV시리즈’로 선정되는가 하면, ‘피플’이 뽑은 ‘2004년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 제니퍼 빌스가 꼽힐 만큼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제목의 L은 레즈비언(Lesbian), 욕망(Lust), 사랑(Love), 삶(Life), 자유(Liberty) 등을 의미한다. 3월 시즌4를 성공리에 끝마친 쇼타임은 2008년 초 방영을 목표로 시즌5(12부작)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최초의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드라마 ‘L워드’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가 레즈비언이 ‘우리’와 다른 ‘그들’이 아님을 역설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L워드’는 주인공들이 겪는 사랑과 아픔, 슬픔이 그들이 레즈비언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L워드’의 다소 파격적인 소재와 화려한(혹은 섹시한) 영상 자체가 방송 때마다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L워드’는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소외됐던 ‘레즈비언의 삶’에 대한 진지한 논쟁을 불러왔다. 당연히 레즈비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큰 구실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동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았던 레즈비언들의 모습을 대신해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레즈비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출연 배우들의 바람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L워드’의 또 다른 장점은 ‘두 사람이 죽자 살자 사랑해서 행복했네, 혹은 슬펐네’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닥치는 감당하기 힘든 문제 앞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각자의 길을 찾아나서자는 결말을 도출해냈다는 점이다. ‘L워드’는 자칫 외로울 수도 있는 그 길에는 소중한 친구들이 늘 함께할 것이니 두려워 말라고 다독인다. 당신이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녹록지만은 않은 현실에서 혼자가 될 때, 혹은 코너에 몰릴 때가 반드시 있으니 그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이다.



    4월17일부터 방송되는 시즌2 첫회 ‘인생, 상실, 그리고 이별’ 편에서는 캔디스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티나에게 돌아가려는 벳과 그런 벳을 용서할 수 없는 티나의 이야기가 그려질 예정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