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5

..

폐암 말기 50대 남자 ‘인생 재발견’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12-13 17:2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폐암 말기 50대 남자 ‘인생 재발견’
    한 중년 남자가 있다. 그는 명문대를 나와 어렵다던 ‘방송고시’를 가볍게 통과한 뒤 최연소 부장과 국장을 역임하고, 방송국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편성국장 자리까지 실패를 모른 채 달려왔다. 어느덧 50이 넘은 나이, 남들은 ‘지는 해’가 됐다지만 그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그에게는 아직도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폐암 말기. 시시각각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보 같은 사랑’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 등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의 신작 ‘기적’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MBC 창사 45주년 특집 4부작 드라마 ‘기적’은 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50대 남자가 자신의 인생과 가족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영철(장용)은 자신이 죽으면 자신을 위해 울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지금껏 누구에게도 진실되고 따사로운 마음을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의 마음을 받을 줄도 모른다. 그래서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신에게도 순수함이란 것이 있던 시절, 그때 온 힘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면 어떤 ‘기적’이 일어나 자신의 병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매 작품마다 ‘인생의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인간에 대한 한없는 경의’를 담아왔던 노희경 작가의 세계관은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 작가는 영철을 통해 삶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묻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로 성공한 인생인가 하고 말이다. 죽음 앞에서 비로소 삶이 얼마나 찬란한 즐거움인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마음인지를 깨닫는 영철을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은 모두 이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노 작가는 “‘기적’은 죽음 앞에서 삶을 되돌아본다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이를 통해 온 가족이 죽음이라는 결정적 순간이 아닌 일상 속에서 삶을 돌아보고 삶이 주는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작가의 데뷔작 ‘엄마의 치자꽃’을 연출했던 인연이 있는 박복만 PD는 “누구나 한 번은 죽는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고 했을 때 미처 떠올리지 못하는 것들, 인생에 화해를 청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12월9일 첫 방송을 시작한 ‘기적’은 오는 토ㆍ일요일 밤 9시40분에 마지막 3, 4부를 방송한다. 장용, 박원숙 등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