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7

2006.08.08

알쏭달쏭 사투리 배우기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8-02 1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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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쏭달쏭 사투리 배우기
    “충청도 사투리로 ‘건건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나오자 게스트들은 당황한다. “건건이는 아침보다 저녁에 많습니다.” “건건이는 생일날 달라집니다.” “건건이는 전문점도 있습니다.” 건건이에 대한 제작진의 부연 설명이 이어지지만 게스트들은 점점 더 아리송할 뿐이다. 이윽고 건건이가 반찬을 의미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머리카락, 떡, 팥빙수 등의 의견을 내놓았던 좌중은 이내 폭소로 가득 찬다.

    MBC에서 5월부터 방송한 ‘말 달리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말 달리자’는 지역의 독특한 정서가 담긴 사투리를 배우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논스톱’과 ‘일요일 일요일 밤에’, ‘목표달성 토요일’등을 만들었던 전진수 담당 PD는 “사투리를 통해 우리말의 풍부함과 다양함을 고급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송 3개월째를 맞고 있는 ‘말 달리자’는 아직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알리자’는 비슷한 취지로 제작되는 KBS의 ‘상상플러스-올드 앤 뉴’와 ‘우리말 겨루기’가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말 겨루기’의 경우 ‘말 달리자’와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경쟁작이자 그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니 성공 확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이를 지방 출신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퀴즈를 푸는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단어 뜻을 설명하고 활용 예를 드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던 초반과 달리 회를 거듭할수록 퀴즈에 초점을 둔다. 출제자도 일반인과 연예인을 섞어 꾸렸다. 여러 오락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은 최대한 배제했다. 그렇게 선정된 이가 그룹 오션의 멤버 우일(강원도 대표)이다. 또 개그맨 장동민의 아버지 장광순을 충청도 대표로 출연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과 달리 출연진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장기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간다. 우일은 슈퍼주니어의 김희철과 함께 사투리 때문에 수모를 당했던 데뷔 초기 이야기를 사투리로 나눴고, 장광순은 조형기와 입담을 겨루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위해 방송국을 찾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상상플러스’나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진지한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와의 차별화가 이뤄졌다.

    제작 초기에는 사투리를 희화화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말 달리자’ 제작진은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리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있는 마산 MBC의 ‘아구할매’ 팀과 대구 MBC의 ‘경상도愛 발견’ 팀, 강릉사투리보존회 등 각 지역 사투리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남은 일은 ‘말 달리자’가 어떻게 ‘사투리로 4800만 국민이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하는지’ 지켜보는 일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말 달리자’가 함께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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