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2

2006.07.04

요리사 잭의 흥미진진 주방 일기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7-03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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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사 잭의 흥미진진 주방 일기
    잭 보딘(브래들리 쿠퍼)은 타고난 재능 덕분에 젊은 나이에 유명 레스토랑의 세프(요리사)가 된다. 하지만 쉽게 얻은 부와 명예는 쉽게 잃는 법. 술과 마약과 여자의 달콤함에 빠져든 그는 동네 구석에 있는 어린이 전용 레스토랑에서 지난날을 후회하며 세월을 보낸다. 이런 그에게 새로운 삶이 펼쳐진 것은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 ‘노리타’에 세프로 들어가면서부터. 올리브네트워크가 방송하고 있는 ‘키친 컨피덴셜’은 노리타에 취직하면서 달라진 잭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의 저명 요리사 앤터니 보뎅의 동명 자서전이 원작인 이 시트콤은 ‘섹스 앤 더 시티’의 프로듀서 대런 스타와, 패션 잡지사를 배경으로 한 NBC의 인기 시리즈 ‘저스트 슛 미’의 데이브 헤잉슨이 손잡고 만들었다. 이들은 ‘키친 컨피덴셜’ 속 현실을 ‘루저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세상’ 그 자체로 그려냈다. 이는 장난꾸러기 제이미 올리버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장밋빛 현재나 영국이 낳은 또 다른 유명 요리사 고든 램지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쇼(‘헬스 키친’)가 보여주는 성공한 삶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키친 컨피덴셜’은 교훈적이거나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사랑도 섹스도 쿨하게 해야 한다’고 강요(‘섹스 앤 더 시티’)하지도, ‘잡지사가 아버지의 가업이니 (비록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잘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저스트 슛 미’) 않는다. 달관자적 자세로 삶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해답도 내리지 않는 것이다. 이는 스승의 갑작스런 혹은 의도된 죽음을 맞이하는 에피소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잭은 심장질환을 앓는 스승이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면 죽음을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칼로리 음식을 준비한다. 그저 호랑이 선생에게 비로소 제자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쁠 따름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을 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결말로 치달은 뒤였다. 레스토랑 앞 노점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 먹던 스승이 갑자기 죽음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키친 컨피덴셜’은 이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이 유혹당하는 걸 누가 구해줄 수는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곤 자기 몸 건사하는 것뿐”이라는 독백만 내보낼 뿐. 이렇듯 무덤덤하게 내뱉는 잭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키친 컨피덴셜’을 관통하는 주제로 부각된다. 어차피 우리네 삶이란 누군가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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