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1

2006.06.27

무섭지 않은 귀신 이야기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6-26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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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섭지 않은 귀신 이야기
    2005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매회 1000만 명이 넘는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미국 CBS 채널의 인기 시리즈 ‘고스트 위스퍼러(Ghost Whisperer)’가 6월7일 온스타일을 통해 국내 시청자를 찾았다. 영화 ‘이프 온니’와 ‘어바웃 러브’ 등으로 국내에서도 익숙한 배우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죽은 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영매로 등장하는 이 독특한 시리즈에 국내 팬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온스타일 홈페이지에는 “어제 첫 방송을 보고 난 뒤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새벽에 잠을 깼을 때도 계속 생각이 나더군요.”(REDSOX51) “귀신 시리즈물로만 생각했는데 소재 자체가 감동을 주더군요. 다음 회가 궁금해요”(YSYLOVE)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고스트 위스퍼러’는 귀신이 나오지만 무섭지 않다. 당연히 귀신들이 피를 뚝뚝 흘리거나 팔다리 중 어디가 잘린 채 출연하는 법도 없다. 그들은 오히려 산 사람들보다 더 애처로운 표정을 지닌, 더는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연약한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는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승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이 있어서 이승을 맴도는 존재’인 그들을 ‘가야 할 곳으로 가도록 돕는 것’이 ‘고스트 위스퍼러’ 이야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맑은 눈매가 특히 매력적인 제니퍼 러브 휴이트가 죽은 자와 대화를 나누는 영매 캐릭터로 뽑힌 까닭도 여기에 있다.

    멜라니 고든(제니퍼 러브 휴이트)은 어렸을 때, 자신에게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고 그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그들을 도우며 살던 그는 결혼과 함께 영매 일도 그만두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고, 멜라니는 다시 영매 일을 시작한다.

    비록 이승을 떠났지만 남겨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마저 버릴 수 없었던 ‘그들’의 따뜻한 마음은 시리즈를 보는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도 만들고, 눈물이 날 만큼 슬프게도 만든다. 자신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삶을 비관한 약혼녀의 자살을 막아달라거나 자신이 죽은 뒤 틀어진 남편과 아들의 관계를 풀어달라고 부탁하는 등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고스트 위스퍼러’의 각 에피소드는 멜라니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귀신들을 만나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혹자는 ‘고스트 위스퍼러’가 해피엔딩을 위해 매회 전형적인 구성을 선택했다고 비평하지만, 연약한 존재로 묘사되는 귀신들의 희망 찾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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