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2006.05.23

픽션 섞인 고구려 역사 속으로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5-22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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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 섞인 고구려 역사 속으로
    고구려 건국 신화의 주인공 주몽이 TV 드라마로 부활했다. MBC가 총제작비 300억원을 들여 만든 초대형 사극 ‘주몽’을 5월15일부터 방송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인’의 최완규 작가와 ‘다모’의 정형수 작가가 공동 집필하고, ‘인어 아가씨’의 이주환 PD가 연출을 맡은 ‘주몽’은 올해 유난히 많은 고구려 드라마(6월 ‘연개소문’, 8월 ‘대조영’, 그리고 12월에 방영될 예정인 ‘태왕사신기’) 중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이다. 최 작가는 “고구려는 관련 자료가 부족한 점도 문제지만 우선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시대라서 다루기가 힘들다. 하지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처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몽’은 고조선 멸망 뒤 유민들을 이끌고 한(漢)나라와 싸운 영웅이자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의 이야기, 그리고 그와 유화 부인 사이에서 태어나 고구려를 건국하는 주몽(동명성왕)의 생애를 본격적으로 그린다. 하지만 주몽이 알에서 태어난다거나, 자라와 물고기의 도움으로 강을 건넌다는 식의 신화적 요소는 최대한 제거했다. 제작진은 해모수를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한나라에 대항하는 고조선의 유민으로, 금와왕을 그의 동지로 묘사했다. 이는 신화에서 시작한 이야기에 최대한 현실성을 부여하려는 제작진의 바람 때문이다. 최 작가는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도 다양하게 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주몽’의 역사 고증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고증 논란으로 북새통을 이룬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의 시청자 의견은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등장인물의 의상이 지나치게 중국풍이며 건축물도 조선시대 양식이다. 둘째, 고조선이 한나라의 철기문명 때문에 멸망했다는 도입부의 설정은 고조선이 한나라를 능가하는 철기국가였다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몽과 소서노, 예씨 부인의 관계는 애정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주몽’의 한 관계자는 “고증에 힘쓰려고 노력했지만 사료가 부족한 만큼 완벽한 역사 재현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또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관용을 가지고 감상해야 한다”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부탁했다.

    주인공인 주몽 역은 지난해 ‘해신’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열연했던 송일국이 맡았다. 고구려와 백제 건국의 중심에 있는 여걸 소서노는 ‘굳세어라 금순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한혜진이 연기한다. 그밖에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와 어머니 유화 부인에 각각 허준호와 오연수가, 젊은 시절 해모수와 함께 한나라에 대항해 싸우지만 결국 그를 배신하는 금와왕에는 ‘허준’ 이후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전광렬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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