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1

2006.04.18

한밤의 책 읽기, 대화, 그리고 잔잔한 감동

  • 손주연 자유기고가

    입력2006-04-17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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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의 책 읽기, 대화, 그리고 잔잔한 감동

    ‘낭독의 발견’

    ‘낭독의 발견’은 2003년 11월 첫 방송을 내보낸 뒤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KBS 1TV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방송하는 문화블록 ‘TV 문화지대’의 수요일 코너인 ‘낭독의 발견’은 문인·성우·배우·가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직접 책을 골라 소리내 읽고, 자신의 느낌을 전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서정적으로 읽어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동이다. 홍경수 PD는 “그들의 아름다운 열정을 통해 잊혀졌던 시와 낭독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홍 PD가 ‘낭독의 발견’을 구상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여행길에서 좋은 글과 읽는 방법이 소개된 ‘소리내어 읽는 일본어’를 접한 뒤 한글 역시 소리내 읽으면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그는 꼼꼼하게 준비를 시작했지만 두렵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시각 중심의 TV에서 ‘소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라는 주변의 우려가 걸렸다. 하지만 믿음이 있었다. 흥행은 하지 못하더라도 나쁜 프로그램은 안 될 것이라는….”

    그의 시도는 큰 성공을 거뒀다. 황석영, 도종환, 피천득, 천상병, 정현종 등 문인들이 출연한 방송 초기에는 평균 시청률이 5%나(밤 11시35분에 하는 교양 프로그램에서!) 나오기도 했다. 어느새 ‘낭독의 발견’은 방송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출연진과 그들의 진솔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가수 드렁큰 타이거는 숫기 없던 어린 시절 가졌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시인 고은은 시 쓰기의 고충을, 개그우먼 김미화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자연스레 이야기해 화제가 됐다.

    민언련 선정 ‘이달의 좋은 방송’(3월)상을 수상하고, 2006 백상예술대상 후보작으로도 선정된 ‘낭독의 발견’은 4월12일 러시아 바르드 음악의 대가 율리김 편을 방송한다. 율리김은 기타 연주와 함께 꼬마 뻬뜨루쉬까의 심심한 저녁을 그린 ‘뻬뜨루쉬까’를 노래하고, ‘별에 관한 시’ ‘꼬쉐이의 모놀로그’ ‘어릿광대’를 낭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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