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6

2004.08.05

음반시장 불황에 연기자 캐스팅난, 방송사 시청률 욕심 겹쳐

  • 김용습 기자/ 스포츠서울 연예부 snoopy@sportsseoul.com

    입력2004-07-29 1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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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시장 불황에 연기자 캐스팅난, 방송사 시청률 욕심 겹쳐
    가수들이 마이크 대신 대본을 손에 쥔 채 안방극장을 휘젓고 있다.

    어느 틈엔가 지상파 방송 3사의 주요 드라마 주인공 자리를 가수들이 꿰차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중견(?)에 속하는 이현우, 신성우를 비롯해 에릭(위 왼쪽), 비(위 오른쪽), 전진, 윤계상, 이동건, 장나라(아래 왼쪽), 성유리(오른쪽), 박지윤, 마야, 박정아 등 웬만한 가수들은 죄다 ‘연기자’를 보태 두 가지 명함을 갖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과 스크린 등 전방위에 걸쳐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연기 외도’나 ‘연기 겸업’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해 MBC TV ‘옥탑방 고양이’로 신고식을 치른 이현우는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거쳐 올 가을 개봉하는 영화 ‘S다이어리’에 출연한다. 극중에서 김선아의 애를 태우는 첫사랑 상대인 대학생 구현 역을 맡았다. 신성우가 가수로 무대에 선 모습을 본 지도 한참 됐다. 그는 지난해 MBC TV ‘위기의 남자’, ‘위풍당당 그녀’와 SBS TV ‘첫사랑’, 지금은 KBS 2TV 아침드라마 ‘아름다운 유혹’에 출연하고 있다.

    가수의 득세 현상은 방송 3사의 간판격인 미니시리즈에서 두드러진다. KBS 2TV ‘상두야 학교가자’로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가수 비는 요즘 송혜교와 짝을 이뤄 KBS 2TV ‘풀하우스’를 이끌고 있다. 댄스그룹 신화의 멤버 에릭은 MBS TV ‘불새’에서 재벌 2세 정민 역을 맡아 섹시하고 거친 남성미로 스타덤에 올랐다. 가수로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던 이동건은 시나브로 연기 경력을 쌓더니 SBS TV 특별기획 ‘파리의 연인’으로 우뚝 섰다.



    인기그룹 g.o.d의 윤계상과 신화의 전진은 노래가 아닌 연기로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오는 10월께 개봉하는 영화 ‘발레 교습소’를 찍으면서 연기력을 가다듬은 윤계상은 7월28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SBSTV ‘형수님은 열아홉’을 통해 안방팬에게 인사한다. 극중에서 형인 김재원과 계약 약혼한 정다빈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윤계상은 “연기가 하고 싶었는데 내 꿈이 과연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가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분명 내 꿈은 연기였다. 나는 연기가 하고 싶었다”는 말로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MBC TV 청춘시트콤 ‘논스톱4’에 출연한 바 있는 전진은 요즘 KBS 2TV ‘구미호외전’에서 김태희, 한예슬 등과 연기호흡을 맞춰 팬들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장나라는 MBC TV 주말극 ‘사랑을 할거야’, 성유리는 MBC TV ‘황태자의 첫사랑’의 헤로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 박지윤은 올 하반기에 방송하는 KBS 2TV 한·중 합작 무협드라마 ‘비천무’, 박정아는 올 가을께 SBS TV ‘남자가 사랑할 때’, 마야는 다음달 중순께 SBS TV ‘매직’에서 각각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음반시장의 불황과 스타 연기자들의 영화 선호에 따른 드라마 캐스팅난, 신인 스타 부재 등이 뒤엉킨 결과다. 최근 한국음악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서 50만장 넘게 판매된 음반이 1장도 나오지 않았다. 10만장 넘는 음반을 판매한 국내 가수는 11팀에 그쳐 최악의 음반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설 땅을 잃은 가수들이 본업보다 부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여기에 드라마 캐스팅난을 겪고 있는 방송사들이 고만고만한 연기자보다는 일단 ‘스타’를 끌어들여 단박에 시청률을 올려보겠다는 전술을 쓰고 있다. 방송사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미끼로 가수들을 유혹하고 있다.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만능 엔터테이너는 시대적인 흐름이고, 신선감이 있어 좋다”는 옹호론이 있는가 하면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과 스타성에만 의존한 부적절한 캐스팅 때문에 드라마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하나 분명한 것은 가수는 모름지기 노래를 잘해야 하고,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중들은 가수인 척, 배우인 척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적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줄 아는 진정한 스타를 원한다. ‘척’만 할 거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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