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0

2004.06.24

스타급 50여명 방송 3사 독식 … 콩가루 배역 헷갈려

  • 김용습 기자/ 스포츠서울 연예부snoopy@sportsseoul.com

    입력2004-06-17 18: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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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나문희(63•사진)가 6월8일 새벽 MBC TV 주말극 ‘사랑을 할거야’ 촬영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황급히 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곧 의식을 회복했지만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을 호소했다. 과로 탓이다. 요즘 나문희는 MBC TV 일요드라마 ‘물꽃 마을 사람들’과 ‘사랑을 할거야’, 그리고 SBS TV 일일시트콤 ‘압구정 종갓집’ 등 세 편에 출연하고 있다. 중견 탤런트들의 드라마 겹치기 출연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 경쟁이 격화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현재 방송 3사가 매주 쏟아내는 드라마는 총 28편. KBS가 12편으로 가장 많고, MBC 10편, SBS 6편 순이다. 이 가운데 일일시트콤을 포함해 아침드라마, 일일연속극 등 거의 날마다 전파를 타는 드라마가 무려 10편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겹치기 출연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가족 구성원에서 빠질 수 없는 아버지, 어머니의 경우 대표적인 중견 탤런트 몇몇이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며 도맡아 연기한다. 박근형, 이덕화, 한진희, 백일섭, 윤미라 등은 예외 없이 2편 넘게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특히 박근형은 KBS 2TV 아침드라마 ‘아름다운 유혹’, MBC TV 미니시리즈 ‘불새’, SBS TV 일일연속극 ‘소풍가는 여자’, 한진희는 KBS 2TV 주말극 ‘애정의 조건’, MBC TV 일일연속극 ‘왕꽃 선녀님’, SBS TV 수목드라마 ‘섬마을 선생님’ 등 세 편에 겹치기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덕화는 SBS 특별기획 ‘폭풍속으로’가 끝나기 무섭게 KBS 1TV 일일연속극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백수로, 23일 첫 방송하는 MBC TV 수목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에선 재벌 2세 회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할 예정이다. 방송사들의 지나친 경쟁도 몇몇 스타급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급 50여명 방송 3사 독식 … 콩가루 배역 헷갈려
    6월7일 나란히 선보인 KBS ‘금쪽같은 내새끼’(서영명 극본, 이상우•권계홍 연출)와 MBC ‘왕꽃 선녀님’(임성한 극본, 이진영 연출)이 대표적인 예다. 일일연속극은 밤 9시 메인뉴스의 시청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다 방송사의 간판이라는 점에서 양보 없는 혈전을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고 또 보고’ ‘온달왕자들’ ‘인어아가씨’ 등을 잇따라 히트시킨 임성한 작가와 ‘이 남자가 사는 법’ ‘이 여자가 사는 법’ ‘이 부부가 사는 법’ 등의 시리즈로 확실한 색깔을 자랑하는 서영명 작가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일일연속극을 받쳐주는 주춧돌인 ‘빵빵한’ 중견 탤런트들을 선점하기 위해 양 방송사는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현재 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가입된 탤런트는 2600명이다. 이 가운데 이른바 주연을 맡는 스타급 연기자는 50여명에 그친다. 이들이 지상파 3사 드라마를 독식하다 보니 출연 횟수는 물론이고 개런티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시청자들이 비슷한 캐릭터에 똑같은 얼굴을 반복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혹시 대다수 시청자들이 이런 현상에 짜증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그 나물에 그 밥’에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져가는 건 아닐까. 이게 더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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