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5

2003.12.25

가수는 벗고 영화는 자극 일색 ‘예술은 없고 장사만’

  • 유진모 기자/ 스포츠서울 영화팀장

    입력2003-12-19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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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는 벗고 영화는 자극 일색  ‘예술은 없고 장사만’
    요즘 한국 연예계를 보면 미국이나 일본의 연예계가 아닌가 헷갈릴 때가 많다. 미국이나 일본이 바로미터가 될 수는 없지만, 이들 나라가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테크놀러지를 앞세워 전 세계 문화상품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니 그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든 노래든 드라마든, 한국 연예계의 모든 분야가 저마다 금기 깨기에 앞장서며 미국과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것이 성적 표현의 한계가 끝을 모른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성 개방 물결에 편승해 일부 연예인들이 돌파구로 모바일 누드서비스를 시작하며 누드집 열풍을 주도하는가 싶더니 요즘 TV를 켜면 여가수들은 ‘죄다 벗고 나온다’는 표현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섹시코드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여자뿐만 아니라 ‘비’가 여성 시청자들의 눈을 노랗게(?) 물들이면서 남자들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벗어젖힌다. TV 쇼에 나오는 남자가수가 여자 시청자를 몸살나게 만든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미국에서도 이제까지 1960년대 허리춤의 엘비스 프레슬리만큼 섹스 어필하는 남자가수는 없다. 지금에 여자가수들을 벗게 만든 장본인은 이효리다. 그는 1년 동안 50억원에 가까운 CF 개런티를 챙겼을 만큼 올 한해를 평정한 스타다. 오죽하면 서슬 퍼런 법무부 장관에게 강효리라는 별명을 붙였을까? 그만큼 이효리는 올해 당당하고 섹시한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이효리처럼 아름답고 육감적인 여가수가 ‘벗고’ TV에 나오니 비슷한 부류의 여가수들이 어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여가수에게 노출은 기본이 돼버렸다. 문화상품 가운데 성적 표현에 가장 자유로운 곳은 영화다. 가수들이 이럴 정도니 영화는 더욱 과감해졌다. 아니 더 이상 영화에서 성적 표현의 한계를 얘기하는 것은 ‘보수적 과민성 성기피증’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 같은 분위기다. 오히려 아동살해장면을 스크린에 보여주는 게 더 충격적이다. 다양하고 과감한 표현이 가능한 할리우드에서조차 아동살해장면은 금기사항이다. 그러나 올해 ‘바람난 가족’ ‘4인용 식탁’ ‘아카시아’ ‘낭만자객’ 등에서는 아동살해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아름다운 몸을 보여주는 것과 감독의 자유로운 표현은 팬 서비스와 예술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요즘 추세다. 그러나 가수가 가창력과 음악성보다 몸을, 감독이 연출력보다 자극을 승부수로 내세운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장사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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