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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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청산하면 공산당이, 못 하면 중국이 망한다”

[조경란의 21세기 중국]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세계 中…시진핑 ‘新중화제국’ 건설 성공할까

  •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입력2021-03-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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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3년 5월 4일자 표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나라 황제 용포를 입은 합성 이미지다. [사진 제공·이코노미스트]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3년 5월 4일자 표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나라 황제 용포를 입은 합성 이미지다. [사진 제공·이코노미스트]

    시진핑(習近平) 체제를 객관적으로 보려면 중국공산당의 처지를 잘 이해해야 한다. 단순한 호불호 표출이 아닌, 객관적 논평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시 국가주석은 덩샤오핑(鄧少平) 이후 이어진 국가주석 10년 임기제를 없앴다. 여기서 우리는 강력한 위기를 느낀 중국공산당이 시진핑 지도체제에 막중한 임무를 부여했음을 읽어야 한다. 필자는 시진핑 체제가 떠맡은 막중한 임무란 ‘신(新)중화제국체제’의 구성과 확립이라고 본다. 2012년 중국몽(中國夢: 중국의 꿈)은 신중화제국체제의 다른 표현이었다. 이듬해 나온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 21세기 육상·해상 실크로드)는 중국몽을 실현할 구체적 방법론이었다. 이 두 가지 프로젝트가 현재 중국공산당 체제를 떠받치는 물적 기반이다.


    “소련은 왜 해체됐나”

    신중화제국체제의 목적은 ‘지배의 정당성’과 ‘통치의 지속성’ 확보다. 중국공산당 통치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72주년이다. 소련(蘇聯)은 수립 69주년이던 1991년 무너졌다. 역대 중국 왕조는 평균 70년 동안 존속했다. 공산당의 중국은 이미 그 평균 ‘수명’을 넘겼다. 집권 후 시진핑의 일성(一聲)은 “소련이 왜 해체됐는지 분석하라”는 것이었다. 중국공산당의 엄중한 현실 인식을 잘 보여준다. 

    중국에서 지배의 정당성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확보될까. 우선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 최소한 중화제국의 기존 판도를 유지해야 한다. 어느 나라나 국토 수호는 중요한 과제다. 다만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 확장 및 유지는 주변 ‘오랑캐’를 통제하는 것이었다. 중국에게 적대적인 타자를 어떻게 제압하는지가 중화제국의 성패를 갈랐다. 최근 중국공산당이 홍콩 문제에 화력을 집중한 것도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1984년 덩샤오핑은 ‘홍콩 문제’ 해결을 위해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에 두 가지 제도)를 제시했다. 당시 중국공산당이 일국양제를 강조한 것은 장기적으로 ‘타이완(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포석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도 죽기 전까지 타이완을 반드시 ‘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3년 5월 4일자 표지에 시진핑이 등장했다. 18세기 청나라 황제 건륭제(乾隆帝)를 연상케 하는, 용포를 입은 합성 이미지였다. 샴페인 잔을 든 시진핑의 머리맡엔 ‘Let’s party like it’s 1793(1793년처럼 파티를 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1793년 건륭제는 영국 사절 조지 매카트니가 통상을 요구하자 “중국은 당신 나라의 물건을 조금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영국의 통상 요구를 묵살한 건륭제는 현재의 중국 판도를 완성했다. 중국 관념으론 ‘대일통(大一統)’을 이룬 황제다. 

    ‘천하를 하나로 통일하다’라는 뜻의 대일통. 천하 통일은 중국 안정의 조건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 특유의 실용주의적 ‘역사적 테제’가 등장한다. 지배자의 민족적 출신은 정당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대일통을 실현한 왕조가 곧 정통 중화왕조라는 것. 만주족이 세운 청조의 건륭제, 몽골제국 칭기즈칸의 업적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중국공산당도 다민족 제국을 경영하고 있다. 일부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를 잠재우며 당장 현상 유지에 급급한 모양새다. 어떤 공동체든 안정 이상의 가치를 추구할 수 없다면 그 미래는 밝지 않다. 중국 문명이 내포한 아포리아(aporia·難題)이자 급소다.




    ‘자치통감’ 17번 읽은 마오쩌둥

    중국공산당이 ‘모범적 공산주의자’로 선전하는 레이펑(雷鋒). [위키피디아]

    중국공산당이 ‘모범적 공산주의자’로 선전하는 레이펑(雷鋒). [위키피디아]

    통치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진핑 체제의 비책은 무엇일까. 문화대혁명 전문가인 로드릭 맥파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마오쩌둥 사상’을 꼽았다. 맥파커 교수는 시진핑이 공산당 통치를 영구화하고자 마오이즘에 주목한다고 지적했다. 마오쩌둥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립에 성공하고 레닌주의를 자기화한 마오이즘을 국가 지도이념으로 삼았다. 지금도 마오이즘을 체화한 당료(黨僚)와 인민해방군은 중국 체제의 근간이다. 

    마오쩌둥 스스로 밝힌 적은 없으나, 그는 진시황제의 통치술을 많이 배운 것 같다. 마오는 ‘자치통감(資治通鑑)’을 17번이나 읽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치통감’은 동양 제왕학(帝王學) 서적으로 역대 중국 왕조의 흥망성쇠를 대의명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여기서 대의명분은 왕조의 통치가 유교적 가치에 부합했는지 여부다. 마오이즘에 법가(法家)와 유가(儒家)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다. 

    오늘날 중국 당국은 여전히 1960년대 모범 군인 레이펑(雷鋒)의 희생정신을 강조한다. 레이펑은 후난성 출신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1962년 군 복무 중 사고로 순직한 그의 생전 언행을 사회주의적 노동자·군인의 모범으로 치켜세웠다. 1963년 마오쩌둥이 직접 ‘레이펑 동지 본받기 운동’을 제창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레이펑 정신이 운위되는 것은 현재 공산당 조직에 도덕 정신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방증한다. 

    레이펑 본받기처럼 유교적 덕목과 마르크스주의가 혼재된 ‘교화’는 조소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정작 중국공산당이 레이펑으로 상징되는 공산주의적 가치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부패를 청산하면 공산당이 망하고, 청산하지 못하면 중국이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한다. 공산당의 위기와 중국의 위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뜻이다. 경제적 잇속 없이 공산당이 유지될 수 없다는 조소로도 읽힌다. 중국공산당원 수는 2018년 기준 9000만 명을 넘겼다. 고위 당원을 중심으로 부정부패 문제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못한다면 공산당은 더는 인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2050년 ‘아름다운 사회주의’ 건설?

    개혁·개방 40년이 지난 지금, 중국공산당은 혁명당뿐 아니라 집권당으로서 인민을 안정시켜야 한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후 중국공산당이 유가를 부흥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선 1919년 5·4운동(제국주의·봉건주의에 반대한 학생 운동)보다 유교 사상을 더 조명하는 모양새다. 한나라 무제(武帝) 이후 중국 모든 왕조는 ‘유법(儒法) 체제’를 채택했다. 법가의 엄한 통치와 유가의 교화를 병행하는 통치 시스템이다. 21세기 중국에 유교 사상이 다시 호출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료와 군경(軍警) 중심의 강권 통치만으로 인민을 다스릴 수는 없다. 공산당 통치를 지속하기 위한 소프트 파워가 필요하다. 마오주의는 물론, 공맹(孔孟) 사상까지 부활시킨 시진핑 체제의 셈법이다. 

    중국공산당은 2017년 제19차 전국인민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2020~2035년 소강(小康)사회를 이루고, 이후 15년을 더 분투해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청사진에 따르면 2050년 중국은 ‘아름다운 사회주의’를 건설하게 된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새로이 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배의 정당성·통치의 지속성 확보에만 매달린다면 신중화제국은 대부분 보통 중국인의 삶과 유리될 것이다. 

    소설가 위화(余華)는 중국을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세계’로 표현한다. 그는 불평등과 격차가 심화된 중국 현실을 지적한다.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을 묻자 베이징의 한 소년은 ‘진짜 보잉 비행기’를, 서북 지방의 한 소녀는 ‘하얀 운동화’를 갖고 싶다고 답했단다. 이를 두고 위화는 또래 아이들의 꿈조차 균형을 잃었다고 말한다. 같은 중국인이라도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같은 꿈조차 꿀 수 없게 된 중국인들에게 신중화제국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조경란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중국현대사상·동아시아 사상 전공. 홍콩중문대 방문학자·베이징대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역임. 저서로는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신좌파·자유주의·신유가’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전통·근대·혁명으로 본 라이벌 사상가’ ‘국가, 유학, 지식인: 현대 중국의 보수주의와 민족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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